현대重 노조, 사측에 "승진거부권 달라" 요구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현대중공업 노조도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승진거부권'을 요구했다. 조합원인 사무직 대리가 과장으로 승진하거나, 생산직 기원이 기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것.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오죽하면 승진을 거부하겠느냐는 안타까운 시선이 있는 반면, 만년 대리로 남으면서 매년 오르는 호봉만 챙겨먹겠다는 심산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노조가 '승진거부권'을 임단협안에 추가한 것은 현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조합원들은 승진만 포기하면 확실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최근 1년 사이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이 두 번이나 반복되면서 현장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정리해고가 대부분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다 보니 조합원이라는 울타리 안에 남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연봉제 전환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사무직 대리는 과장으로 승진하는 순간 성과연봉제 대상이 된다. 근속연수에 따라 자연스레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포기하고 업무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제를 따라야 한다. 업계관계자는 "과장으로 승진하면 구조조정에다 임금체계까지 불리해진다"며 "정리해고될까봐 진급은 하기 싫고, 만년 대리로 남으면서 호봉은 챙겨먹겠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이와 함께 기본급 9만6000원 등 호봉승급분 포함 6.3% 임금인상과 성과급 250%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 희망퇴직을 통해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과 고참급 여직원 등 1500여명을 내보냈다. 올해는 9일부터 20일까지 과장급 이상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0일부터는 '기감(사무직 과장급)' 이상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한 희망퇴직 접수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으로 약 300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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