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가 어제 입법예고한 공무원 보수ㆍ수당규정 개정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공무원이 정직이나 강등 처분을 받으면 일하지 않는 기간 급여를 아예 못 받게 한다는 내용이다. 비위를 저질러 수사기관 조사를 받는 동안 직위해제 됐거나 장기간 파견에서 돌아온 '무보직 공무원'도 보수가 크게 깎인다.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성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그 같은 의도대로 '깨끗하면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길 기대하는 한편 부작용이 없도록 관련 제도들을 정밀하게 마련하기를 바란다.
국민들이 공무원에게 민간에 비해 더욱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데다 공무원이 갖고 있는 권한에 따른 행정작용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도 '비리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나 '적극행정'을 틈날 때마다 강조한다.
그러나 구호에 비해 실천이 크게 못 따른다. 적발된 일탈행위에 대한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솜방망이 징계, 미온적이고 부실한 감사 탓도 있지만 공직사회가 비리에 쉽게 흔들리고 안일한 행정을 펴도 별 탈이 없게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촘촘한 관리와 독려가 필요하다. 이번 수당 규정의 개정도 그런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즉 비리와 저성과에 대한 실질적인 불이익을 세밀하게 마련하는 것이랄 수 있다. 이처럼 공직문화를 저변에서부터 구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더욱 많이 찾아내고, 제도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건 이런 노력들이 공직사회 전반의 합리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성과주의와 청렴성의 제고가 개별 공무원이나 중하위 공직자의 경쟁력 확보 방안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는 식으로 나타나선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정부 부문 지표들은 8년 만에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결정경쟁력은 34위에서 123위로, 의사결정편파성은 15위에서 80위로, 정부지출낭비는 22위에서 70위로 추락했다. 중간ㆍ하급직 공무원들이 대상이 되는 개혁이 공감을 얻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고위공직자들의 일탈에 대한 처벌부터 엄격하고 단호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 법조공직자들의 비리 의혹이나 고위공무원들이 많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세종시 아파트 불법 전매 의혹과 같은 사건들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가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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