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2014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카 셰프'에서 최고급 레스토랑 요리사 칼 캐스퍼는 유명 음식평론가에게 혹평을 받고 쫓겨난다. 빈털터리가 된 칼은 어린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을 몰고 미국 전역을 누비며 쿠바 샌드위치를 만들어 판다.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한 빵과 그릴 바베큐, 치즈가 쭉쭉 늘어지는 식감은 대중의 침샘을 자극했고, 푸드트럭은 대박이 났다. 칼의 아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푸드트럭의 다음 영업장소를 알리면 쿠바 샌드위치를 먹으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칼의 푸드트럭'이 국내에서도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열정 가득한 예비 셰프들과 창업 대박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움직이는 식당'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푸드트럭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아이콘중 하나다. 푸드트럭은 2014년 9월 합법화됐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 나서면서 급증하는 추세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푸드트럭은 지난해 3월까지 3대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 현재 184대로 급증했다.
정부가 푸드트럭을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목표로 삼은 2000대에는 못 미치지만, 푸드트럭에 대한 창업열기를 엿볼 수 있다.
푸드트럭은 창업비용이 1000~2000만원 가량으로 부담이 적은 만큼 청년실업자와 퇴직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푸드트럭의 합법화 초기에는 지지부진했다. 영업지역이 제한된데다, 지자체들이 기존 상권의 눈치를 보면서 적극 나서지 않은 탓이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젊은층 사이에서 푸드트럭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다. 노점상과는 달리 푸드트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구청 등의 영업허가를 받기 때문에 위생적이고 청결하다.
여기에 톡톡 튀는 다양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이 미식가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홍대 일본라멘이나 이태원 햄버거 등의 푸드트럭에선 영업 전부터 트럭을 기다리는 긴 줄이 목격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부의 계속된 규제완화도 창업자들이 푸드트럭에 눈을 돌리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2014년 유원시설로 푸드트럭의 영업을 제한했지만, 이후 도시공원과 하천부지, 관광단지, 체육시설, 대학, 고속국도 졸음쉼터 등으로 영업지역을 확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가ㆍ지자체 공용재산과 자자체가 조례로 정하는 장소까지 푸드트럭의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경기도의 경우 푸드트럭의 영업장소 확대와 지원을 위한 조례까지 개정, 영업지역을 박물관과 미술관 등 공용재산은 물론 지역 행사와 축제까지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했다. 푸드트럭과 같은 소자본 창업이 갈수록 악화되는 청년실업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와 서초구, 부산 영도구, 금정구, 경기도 광주시 등 23개 지자체도 조례 제개정을 통해 푸드트럭의 영업지역을 넓혔다.
그 결과 지자체가 주최하는 각종 지역축제에선 푸드트럭이 '꽃'으로 부상 중이다. 지난 7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벼룩시장 '굿마켓' 행사에선 한국푸드트럭협동조합 소속 푸드트럭이 행사 관람에 나선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피자와 아이스크림, 회오리감자, 문어꼬치, 커피, 츄러스, 핫도그, 새우구이 등 조합 측이 엄선한 다양한 메뉴가 벼룩시장의 풍미를 더했다.
아예 푸드트럭이 주인공인 행사도 생겼다. 지난 13일 체코 프리미엄 맥주 필스너 우르켈이 주최한 맥주 페스티벌 '필스너 페스트-봄을 맛보다'에는 총 10대의 푸드트럭이 출동했다. 맥주와 곁들여먹기 좋은 안주가 주메뉴였다. 저렴한 가격에 식사가 가능하고, 외국의 페스티벌과 같은 분위기를 느낄수 있어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 3월31일 올해 첫 개장한 '서울 밤 도깨비 야시장(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는 21개의 푸드트럭이 참가해 한식과 중식, 일식, 양식, 스페인 전통 건강식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푸드트럭이 지역축제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창업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드트럭의 경우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만큼 활성화되면 청년은 물론 서민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도움이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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