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연비조작 파문을 일으킨 책임은 컸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1991년 이후 발매된 50여개 차종 중 3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에서 연비를 부풀려 온 사실이 밝혀지며 지분 34%를 닛산에 넘기기로 했다. 천문학적 피해구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100년 가까이 된 기업이 문을 닫게 된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연비 데이터를 측정한 차종이 단종 제품을 포함, 수십개에 달한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경차는 물론이고 일반 차량이나 대형 차량도 포함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일본의 도로운송차량법은 타행법 방식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쓰비시는 25년 전인 1991년부터 '고속타행법'이라는 미국식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고속타행법은 타행법보다 간단해 시험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미쓰비시는 연비시험 자료를 조작했다고 인정한 ek왜곤 등 경차 4종에 대해 자체 주행시험을 다시 실시한 결과 당초 제출한 것보다 연비가 15% 이상 낮게 나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토교통성에 제출했다.
연비 조작을 시인한 지난달 20일부터 미쓰비시는 주력 생산 공장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 있는 미즈시마제작소의 경차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미즈시마제작소 직원 총 3600여명 중 경차 생산을 담당하는 1300명은 자택대기에 들어갔다.
또한 미쓰비시차는 하청업체의 손실 일부를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일본 전국에는 7777개의 미쓰비시차 하청업체가 있으며, 하청업체의 직원은 총 41만여명으로 미쓰비시차의 경차 생산중단이 장기화되면 하청업체들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닛산의 인수 결정으로 숨통은 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로 닛산은 20%의 지분을 보유 중인 미쓰비시중공업을 넘어서 미쓰비스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향후 닛산은 미쓰비시를 통해 부족한 해외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속셈이다. 미쓰비시는 연비조작이 들통난 이후에도 해외에서 눈에 띌만한 판매감소를 겪지 않았다. 전기자동차 개발 협력도 모색할 방침이다. 하이브리드자동차에 더해 연료전지자동차를 차세대 에코차의 중심으로 판단한 만큼 기술 연계로 토요타 및 혼다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한편 닛산은 일본 국내 경차 비중이 늘면서 이미 2011년 미쓰비시자동차와 제휴를 통해 경차 공동기획회사를 설립했다. 이에 미쓰비시는 오카야마현에 위치한 미즈시마제작소에서 경차를 생산해 닛산에 공급했다. 미쓰비시를 통해 공급 받는 닛산 경차의 일본 국내 판매량은 전체의 30%에 육박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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