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남경필 경기지사가 가습기 살균제 업체인 '옥시' 제품 불매운동 철회를 시사했다.
남 지사는 11일 경기도의회 도정질의에 출석해 "해외(유럽 4개국) 출장 중 옥시사태 관련 보고를 받고, 경기도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런(불매운동) 대책을 주문했다"며 "귀국해서 다시 옥시관련 대책회의를 한 뒤 경기도와 25개 산하 공공기관이 옥시제품을 불매하기로 하고 이를 (언론에)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남 지사는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기업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이 적정한 지 다시 회의를 갖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의회 양근서 의원은 이날 도정질의에서 "남 지사가 지난 9일 오전 옥시 재발방지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도청과 공공기관들이 옥시제품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며 "저는 이 아이디어가 남 지사의 발상인지, 참모진의 기획인지 모르겠지만 사후약방문이고, 전시행정이며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남 지사가) 2014년 취임 후 2년간 (옥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아무런 대책없이 있다가 사회적 파장이 일자 선전선동하듯 옥시 불매운동에 나선 것은 온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업의 악의적 영업행태를 심판하는 불매운동은 시민사회 단체의 경우 얼마든 지 가능하지만 1300만명의 도민을 대표하는 행정기관인 경기도가 나서서 공식적으로 업체 제품 불매운동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옥시에는 수천, 수만명의 직원들이 있고, 이들의 생계가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에서 반사회적 행위를 한 것이 이번 뿐이냐"고 반문한 뒤 "삼성도 백혈병으로 어린 노동자들이 사라져 갔다. 그럴 때마다 불매운동을 할 것이냐, 이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남 지사가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한 것은 공공기관이 민간 시민단체처럼 혼선을 빚은 착시에서 비롯됐다"며 불매운동보다는 다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책으로 도 차원의 생활보호 및 건강관리 지원과 함께 옥시 제품 사용 즉시 중단을 발표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된 전국 221명 가운데 경기도민은 70명이다. 또 전국 사망자 95명 중 경기도 출신은 24명이고, 피해를 신청한 530명 중 161명이 경기도민이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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