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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눈물①]"내년 하반기면 올스톱"…조선의 꽃 '독'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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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11개·삼성重 8개·대우조선 6개…잠정 가동중단 고심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0년대 초 독을 두 개 더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선산업의 경기가 불투명한 시기여서 타산성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짙었던 시절이었다. 유럽과 일본도 경제공황에 대한 우려로 설비투자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승부수를 던졌다. 1995년 8월과 11월, 제8ㆍ9독을 연이어 완성했고 이후 호황기와 맞물리며 세계 1위로 올라섰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중공업은 유조선ㆍ벌크선 등 일반 상선을 건조하는 중형조선소에 불과했다. 연간 건조 능력은 약 12척, 60만t(GTㆍ단순무게)에 그쳤다. 그러나 1994년 10월 길이 640m, 폭 97.5m, 깊이 12.7m의 세계 최대 규모인 제3독을 건설하며 세계 3대 조선소로 급부상했다. 연간 건조 능력은 30척, 180만t까지 올라섰다.


[조선의 눈물①]"내년 하반기면 올스톱"…조선의 꽃 '독' 수난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소재한 해양플랜트 전용 'H도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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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을 짓는 공간인 '독(dock)'은 우리나라가 조선 강국이 되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1970년대 50만t에 불과했던 국내 조선사의 연간 선박건조량이 20년 만에 1360만t으로 오른 것도 독 증설의 힘이 컸다. 하지만 올 들어 조선소 일감이 줄면서 '조선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독의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의 위기가 지속될 경우 잠정 가동중단 수순을 밟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구조조정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독 가동중단을 고심하고 있다.


조선 빅3의 수주잔량과 선박별 건조 기간 등을 고려하면, 최소 내년 하반기에는 비는 독이 한둘씩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독 수는 현대중공업이 11개(해양 1개 포함)로 가장 많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8개, 6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가동하는 독까지 포함하면 총 18개다.


반면 일감은 현대중공업이 213척(해양프로젝트 18기ㆍ삼호중공업 포함), 대우조선해양이 144척(해양프로젝트 19기), 삼성중공업이 106척(해양프로젝트 21기)이 남았다. 선박 규모와 독 활용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건조 능력은 대략 60~100척, 40척, 30여척에 이른다. 이들 물량은 내년까지 3분의 2 이상이 인도될 예정이다. 현재의 수주절벽이 내년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남아도는 독이 하나둘 생겨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도가 대부분 마무리되는 2018년 하반기에는 독의 절반 이상이 비고, 2019년 1월 최종 물량까지 인도가 마무리되면 독은 더이상 사용이 필요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독이 아예 비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수주가 예년만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의 눈물①]"내년 하반기면 올스톱"…조선의 꽃 '독' 수난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3도크 전경


2003년 조선 호황기에는 독이 모자랐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조선 공법이 독을 중심으로 발전한 것도 독이 부족한 영향이 컸다. 삼성중공업은 2001년 '대형선박은 절대로 독 없이 만들 수 없다는 공식'을 깨고 물에 뜨는 플로팅독을 개발했고, 현대중공업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육상건조 공법을 개발했다. 2008년에는 한 독에서 여러척의 배를 동시에 건조하는 혼합건조공법(텐덤침수공법)까지 선보였다. 이 기술들로 국내 조선사는 일본, 유럽조선사 보다 건조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고, 글로벌 선주들이 국내 조선사에 우선 발주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독에 대한 역발상이 오늘날 세계 1위의 조선강국이 되는 바탕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의 위상은 수주가 급감하며 함께 추락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국내 조선소의 수주규모는 20만CGT(GT에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 9척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51만CGT, 85척)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수주가 줄면서 수주잔량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국내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4월 기준 2673만CGT로 지난해 4월(3301만CGT) 보다 20% 가량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조선사는 대형 독을 활용해 글로벌 조선시장을 선점해왔지만 시장 침체와 중국의 추격이 맞물리며 이젠 독의 규모와 갯수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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