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지난달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절벽'을 넘어 '수주 실종' 상태에 접어들었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을 싹쓸이 하고 있다.
11일 영국 조선산업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의 집계를 보면, 4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실적은 '0'이다. 1996년 이후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이 아예 없던 달은 2001년 10월과 2009년 9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 업체들은 지난해 12월에 16척을 수주했으나, 1월에 1척, 2월에 2척, 3월에 6척 등 4월까지 모두 9척(19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을 수주해 올해 세계 시장 점유율이 5.1%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5척(351만CGT)를 수주해 점유율이 33.5%였다.
지난달 세계 선박 수주량은 31척(149만CGT)인데, 중국 쪽 수주량이 18척(72만CGT)으로 압도적 1위다. 중국이 수주량에서 한국을 압도하며 '독주 체제'를 굳힌 것은 중국 선사들의 발주 지원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이 수주한 18척 가운데 10척은 자국 선사가 발주한 40만 DWT(재화중량톤)급 벌크선이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3월에도 40만 DWT급 벌크선 20척을 자국 선사로부터 수주했다. 이는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과도 연결된다. 중국 정부는 해운사들이 노후 선박을 없애고 운용효율이 높은 새 선박을 발주할 때 선박 가격의 최대 절반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조선업체들은 수주량 가운데 국내 발주 비율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이다. 시장조사기관 H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수주 잔량 중 자국 발주 분은 10.3%인 데 비해 중국과 일본의 자국 물량은 각각 27%, 37.2%에 달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해운사를 지원해 선박을 발주하도록 하고 발주한 선박을 국내 조선업체가 건조하는 식의 선순환 구조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박 발주량 감소 여파로 수주잔량 감소 추세도 계속되고 있다. 4월말 기준 전세계 수주잔량은 1억168만CGT로 3월(1억177만CGT)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 3776만CGT, 한국 2673만CGT, 일본 2087만CGT 순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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