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번거로움, 재료 버리는 일 잦은 혼밥족
가정간편식으로 한끼 해결하는 이들 늘어나
조리법 가미해 취향에 맞게 만들어 먹는 제품 인기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월요일 된장국, 화요일 토마토치킨커리, 수요일 설렁탕, 목요일 짜장밥, 금요일 전복죽."
김밥심(30·직장인)씨의 일주일간의 아침 식사 메뉴다. 미혼으로 혼자 살고있는 김씨는 건강을 챙기기 위해 아침밥은 꼭 챙겨 먹자는 철칙 아래 다양한 메뉴의 가정간편식(HMR)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인 김씨는 저녁에는 '요섹남(요리를 잘 하는 섹시한 남자)'으로 변신한다.
점심은 회사에서 해결하지만 회식 등 일정이 없는 날은 저녁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다양해진 가정간편식으로 집밥과 비슷한 메뉴를 선택해 한 끼를 뚝딱 해결할 수 있어 김씨는 전문 요리사 못지 않은 저녁을 즐긴다.
김씨는 요리하는 번거로움과 재료가 남아 버리는 일이 잦아지는 등의 고충이 계속되자 완제품을 구매해 먹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어 가정간편식 애호가가 된 전형적인 케이스다.
요리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혼자 밥을 만들어 한끼를 해결하는 '준 요섹남'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0년 7747억원, 2012년 9500억원, 2014년 1조3000억원,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불황이 계속되는 식품업계에서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은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자 유통업계와 식품업계의 가정간편식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아워홈 등의 식품기업들뿐만 아니라 신세계, 롯데 등 유통사들도 1인가구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각 브랜드 특성을 살린 실속형 가정간편식 라인업과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 고급스럽고 건강에도 좋은 '밥'이나 '국, 찌개' 등 한 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김씨 같은 혼밥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세계 가정식을 콘셉트로 내세운 간편식 ‘휘슬링쿡’을 출시해 혼밥족들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벨기에식 치킨요리 ‘닭고기 크림스튜’, 영국식 치킨요리 ‘크림토마토 치킨커리’ 등 세계 각국의 가정식을 간편식으로 만들었다.
특히 집밥의 맛을 살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쿠킹 밸브(CV) 시스템’을 도입, 재료를 단시간 내에 조리해 열에 의한 원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했다.
롯데마트가 선보인 가정간편식 브랜드 '요리하다'는 밀 솔루션 개념을 적극 도입해 브랜드 이름처럼 간단하지만 별도의 요리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반조리 상품의 비중을 전체 라인업의 약 20%로 구성했다.
단순히 데우거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아닌 취향에 맞게 조리를 가미해 자신의 입맛에 맛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해 기존 간편가정식의 한계를 넘어 식생활 해결책을 제안한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혼밥족 뿐만 아니라 퇴근 후 혼자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푸는 '혼술족'도 증가하며 주종에 따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관련 안주 제품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인가구 및 맞벌이 부부 증가 등 생활습관의 변화에 따라 가정간편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식품업체뿐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체들도 자체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가정간편식 신제품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