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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편 내편, 고용절벽 허물기]정규직·비정규직 非·正하게 나뉜 계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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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편 내편 해묵은 고용갈등 벗자②]임금·신분 상승은 별따기…비정규직 vs 정규직 직장내 끝없는 차별

[니편 내편, 고용절벽 허물기]정규직·비정규직 非·正하게 나뉜 계급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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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장수미(29세ㆍ가명)씨는 얼마전 1년6개월간 일했던 은행 텔러직을 그만뒀다. 몇달 전 또래의 정규직 신입행원이 같은 지점에 배치되면서 열패감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장씨가 하루에 처리하는 전표는 줄잡아 300장, 도장찍고 컴퓨터 단말기를 보는 단순업무가 밀려 화장실도 제 때 못갔지만 옆자리에 앉은 정규직 행원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 장 씨가 받는 연봉(2500만원)의 두 배(5000만원)를 받아갔다. 장 씨는 "정규직 전환시험에 합격하는 건 신입행원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결심하게 됐다"면서 "공무원 시험을 치거나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非)'자 붙으면 주홍글씨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다. 이 고유명사의 첫 글자 '비(非)'는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인력시장의 주홍글씨와 같다. 일단 비정규직이 되는 순간 정규직과 임금ㆍ처우면에서 넘어서기 힘든 차별에 직면해야 한다.

이는 현실에서 정규직이 가해자가 되고, 비정규직이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정규직ㆍ비정규직이 하나의 계급으로 굳어져 가면서 단순한 임금 격차를 넘어 다양한 차별을 낳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사원들의 구내 식당 이용을 금지한다든지, 정규직에겐 지급되는 유니폼을 비정규직은 자기 돈으로 구입해야 하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정규직 직원들이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 막말과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잡지사에서 계약직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이수연(29세ㆍ가명)씨는 "상사의 사적인 용무부터 커피심부름은 항상 내 몫이었다"며 "정규직이 짐 옮기기 등의 일을 '종 부리듯' 시킬 때마다 굴욕감이 들었지만 웃으면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비정규직의 불안한 고용상태를 교묘히 이용하는 '노-노갈등'인 셈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업종별 직장 괴롭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비율은 정규직이 12.4%인 반면 무기계약직은 17.7%, 비정규직은 22.2%였다.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높은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146만7000원으로 정규직(269만6000원)의 절반 수준(54%)에 불과하다. 약 10년전인 2004년 65%에서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니편 내편, 고용절벽 허물기]정규직·비정규직 非·正하게 나뉜 계급사회 -


◆비정규직→정규직 기회 줄어…비정규직 늘어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별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 3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2.4%로 회원국 평균인 53.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동성이 낮아지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역시 계속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은 임금 외에도 교통비ㆍ차량유지비, 효도휴가비, 가족수당, 복지포인트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고용부가 2014년 금융업, 병원 등 48개 사업장에서 기간제 등 비정규직 근로 감독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교통비, 피복비, 경조금 등 복리후생 경비 차별이 30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여금.성과보상금.각종수당 차별 137명, 임금 차별 78명 등의 순이다. 이외에도 지하주차장 이용을 정규직에게만 허용한다거나 창립기념일 특별식사를 정규직에게만 제공하는 등의 보이지 않는 차별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비정규직의 직군이 일용직, 기간제, 계약직, 특수고용직, 파견직 등 수많은 형태로 분화돼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627만1000명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새 19만4000명이 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1931만2000명) 가운데 셋 중 한 명(32.5%)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하지만 이 숫자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고용이 불안한 이들이 포함되지 않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영업으로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잘못분류돼 있는데 이를 반영하면 실제 비정규직 규모는 50%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정규직 수는 1년새 2.7% 늘었지만 같은 기간 비정규직은 3.2% 증가했다.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2010년 기준 4.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책 '비정규사회'의 저자 김혜진은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각종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나머지도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무엇보다 고용불안에서 출발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과 차별은 사실상 같은 말"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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