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012년 재집권 후 안보법제 개정과 개헌을 숙원사업으로 삼고 끈질기게 추진해왔다.
이는 세계 2차대전 A급 전범인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염원이기도 하다. 기시 전 총리는 전후 평화헌법 체제 탈피를 위해 지난 1960년 집단적 자위권을 골자로 하는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했다 결국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퇴진했다.
지난해 9월, 안보법제 통과를 강행한 아베 총리는 기시 전 총리의 묘역을 찾아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는 묘지 앞에서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55년만에 외할아버지의 염원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적 반대 목소리가 높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안보법제를 폐지해선 안 된다(찬성) 답변이 43%, 폐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35%를 기록했다. 아베 정부를 지지하는 계층 내에서도 64%가 찬성 의견을 표했지만, 반대 의견의 비율도 19%에 달했다.
법 시행 전날인 지난 28일에는 일본 각지에서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학생단체인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EALDs)' 등 500여명은 이날 밤 국회 앞에서 '헌법을 지키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번 법 시행은 오는 7월 열리는 참의원 선거 결과를 결정지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내세워 필요성을 호소하고, 야당인 민진당은 미국의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며 위험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야당은 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것이 위헌이라며 아베 정권을 공격하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 민진당 대표는 지난 28일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 "아베 정권이 충분한 설명 없이 헌법 해석을 바꿨다"며 "위헌 법률의 존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