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원규 기자]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전통의 대기업들이 뒷걸음질 치는 사이 화장품 등 K-뷰티 산업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약진한 결과, 시총 최상위주에 대한 쏠림현상이 완화됐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규모는 지난 23일 현재 421조9872억원, 전체 대비 비중은 33.38%에 달했다.
삼성전자, 한국전력, 현대차,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우선주, 삼성생명, 아모레퍼시픽, SK하이닉스, NAVER 등 '톱10위' 종목의 시총과 비중은 매년 감소 추세다. 이들 종목의 시총은 2013년말 451조8364억원에서 2014년 말 435조638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에는 416조3670억원까지 줄었다. 코스피 전체 시총이 2013년 1186조원, 2014년 1192조원, 2015년 1243조원, 2016년 1264조원으로 최근 4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톱10 종목 시총 비중도 2013년 38.35%, 2014년 36.49%. 2015년 33.50%로 줄었다.
세계 경제 성장둔화로 전자ㆍ자동차ㆍ철강 등 한국 경제 주력산업이 흔들리면서 코스피 대표 기업들의 시총이 쪼그라든 탓이다.
시총 상위 10위 종목들의 규모와 순위는 변화했다. 삼성전자는 부동의 시총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수출부진과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 영향으로 시총 규모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3년 말 202조947억원에 달했던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기준 185조5437억원으로 줄었다.
현대차 역시 같은 흐름이다. 2013년 말 시총 52조954억원으로 2위에 올랐던 현대차는 34조8037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순위 역시 한 계단 내려갔다.
2014년까지 시총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던 국내 철강 대표주 POSCO(포스코)는 10위권에서 아예 이름이 빠졌다. 중국 등 후발업체와의 가격경쟁이 투자 위험 요인으로 꼽히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위권 밖에 머무르고 있다.
대신 K-뷰티 열풍 등을 업고 화장품 산업 성장을 주도한 아모레퍼시픽이 1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시총 규모는 22조3019억원으로 지난 23일 기준 8위지만 5위인 현대모비스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류' 열풍으로 국산 화장품 수출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부진한 수출경기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전력은 전력구입비 감소에 따른 순익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 대비 시총이 5조7135억원(17.8%) 증가해 현대차를 제치고 2위로 올랐다. 2013년 말 10위에서 8계단 상승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저유가에 힘입어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데 이어 올해도 연료비 절감 효과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어서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은 올해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종목 중 하나다.
삼성물산은 합병 덕에 시총 10위권에 새롭게 안착했다.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의 시총은 27조5999억원으로 삼성전자, 한국전력, 현대차에 이은 4위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대표 수출주 시총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현상"이라며 "최근 시총 상위 기업들의 주력 업종이 '굴뚝' 산업에서 화장품이나 바이오 업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원규 기자 wkk09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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