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으로 與與갈등 현실화…예비후보 "낙천자 협조받기 어려워" 호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수도권 여당 예비후보들이 '3대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초접전지가 대부분이어서 야당과의 싸움 자체가 기본적으로 힘든데다 새누리당 공천 갈등의 핵(核)인 유승민 의원이 23일 결국 탈당을 선택하면서 역풍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경선에서 패배한 예비후보가 같은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를 외면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곳곳서 표 결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유 의원 탈당 소식이 전해지자 새누리당의 수도권 출마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집권여당이 대통령과 각을 세운 국회의원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는데, 결국 탈당을 강요한 모양새로 내쫓으면서 여론의 반감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유 의원을 비롯한 일부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바람에 민감한 수도권이 쉽게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당은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역구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리를 다녀보면 당 지지자 가운데 '정치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고 경고성으로 꾸짖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가뜩이나 표를 얻기 어려운데 그나마 있는 표마저 날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예비후보도 "지금까지는 유승민발 영향이 그다지 없었지만 탈당한 만큼 이제는 역풍이 불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도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소탐대실의 자해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소위 '공천학살'에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와 공관위 인사들은 총선에 패배한다면 1차 책임은 물론, 역사에는 '비루한 간신들'로 기록될 것"이라고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친박계 후보들은 한달 가까이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진 만큼 유승민 탈당이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수도권 지역구의 '여여(與與)' 갈등도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새누리당은 경선대상 지역구 161곳 가운데 약 87%인 141곳에서 경선을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73곳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구내 여여갈등은 경선 패배한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은 후보 지원을 외면하거나 의도적으로 돕지 않는 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야당 분열 못잖게 여당도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여당 텃밭인 서울 강남 3구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예비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비방이 워낙 심해 솔직히 돕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토로했으며 또 다른 예비후보는 "(떨어진 후보로부터) 잘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박진 전 의원은 경선 직전 "공천이 확정된 이후 당내 화합이 잘 이뤄질지 걱정"이라며 현상황을 예견하기도 했다.
특히 공천이 늦어진 지역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네 명이 경선에서 맞붙은 지역구에서 승리한 예비후보는 "경선 과정이 너무 치열해 벌써부터 지친다"면서 "게다가 후보등록이 거의 임박한 시점에 결과가 발표돼 몸과 마음을 추스릴 여유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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