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병사들을 탄환이나 포탄 파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방탄복과 관련해 군납비리 사실이 확인됐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보다 성능이 뛰어난 방탄복(철갑탄 방탄복)이 있는데도 특정업체의 특혜를 주기 위해 낮은 성능의 방탄복(보통탄 방탄복)을 조달케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 등은 방위산업 업체로부터 재취업 보장, 금전 혜택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전력지원물자 획득비리 기동점검'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방부 등은 A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보통탄용 방탄복을 구매한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미 2007년 이래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 기술 개발에 성공해 조달 계획까지 수립했었다. 하지만 국방부 등은 2011년 10월에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 조달계획을 철회한 뒤 보통탄 방탄복을 제작할 수 있는 특정업체 A의 제품을 특혜등을 부여하며 조달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 국방부 장성 B씨는 A업체 관계자(군출신)로부터 다목적방탄복 공급을 독점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A업체가 개발한 방탄복을 수의계약하기로 결정했다. B씨는 다목적 방탄복의 성능기준을 '보통탄 방호'수준으로 정했다. 이 대가로 A업체는 B씨의 부인을 계열사에 위장취업 시켜 3900만여원을 제공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육군 관계자 C씨는 방탄복 성능 기준 등 국방부 내부자료를 업체에 제공해 금품 5100만원을 수수했으며, A업체의 이사로 취업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방위사업청은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액체방탄복의 군 적용을 위한 시험평가를 의뢰받고도 무시했으며 육군사관학교는 A업체에 방탄복 시험시설과 장비 등을 무단 제공하는 등의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A업체는 국방부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총 2700억원 규모의 독점공급권을 부여받았다.
실제 감사원이 지난해 6월 문제의 방탄복을 대상으로 철갑탄을 시험 평가한 결과 완전 관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해외 파병 등 특수임무 부대 장병들이 철갑탄이 관통되는 성능미달 방탄복으로 철갑탄 공격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이와 관련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을 대상으로 이권에 개입한 공무원 등에 대해 주의촉구하거나 인사자료 통보(2명)하는 한편, 퇴직공직자에 대한 취업실태 점검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아울러 비리관련 전·현직 군인과 공무원 10명, 업체관계자 3명 등 총 13명에 대해 수사요청 또는 수사참고자료 통보 조치했다.
국방부는 이번 감사를 계기로 특수임무부대에는 해외조달로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GOP 등 전방부대 장병에 대해서도 북한의 철갑탄 전력배치 상황에 따라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을 적기에 보급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운용시험을 추진키로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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