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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읽다]'엄마 품' 치료효과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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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케어…미숙아 입원기간 보름 가량 단축시켜

[건강을 읽다]'엄마 품' 치료효과 입증됐다 [사진제공=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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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엄마의 품'이 얼마나 좋은 치료제인지 그 효과가 입증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부모가 미숙아(이른 둥이) 자녀를 가슴에 품는 이른바 '캥거루 케어(Kangaroo mother care)'가 입원기간을 보름가량 단축시키고 체중을 평균 140g 증가시키는 등 의학적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부모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옷의 앞섶을 풀고 아이와 살을 맞대고 안아주는 것을 '캥거루 케어'라 부릅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팀이 2012∼2013년 이 병원에 입원해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 45명과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68명(출생체중 1500g 미만)의 의학적·심리적 변화를 비교해 봤습니다.


이 교수팀은 인공호흡기를 떼어 낸 뒤에도 활력이 있으면서 엄마가 감염성 질환이나 심각한 전신 질환이 없는 미숙아 45명을 대상으로 총 917회의 캥거루 케어를 실시했습니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의 출생 당시 평균 체중은 1080g이고 태어난 지 평균 18.3일 뒤부터 케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교수팀은 부모 중 한 사람이 하루 1시간씩 자녀를 안아 주도록 했습니다. 부모에게 캥거루 케어 방법을 미리 교육하고 케어 내내 의료인이 함께 하면서 부모의 불안감을 덜어줬습니다. 부모는 블라우스·셔츠 등 앞이 트이고 미숙아 자녀의 몸통과 팔을 덮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아이를 안아 줬습니다. 담요는 사용하지 않았고 기저귀·모자만 착용한 상태로 미숙아의 앞가슴과 배 부위가 최대한 부모에게 닿도록 했습니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의 입원기간은 평균 84.2일로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미숙아(98.5일)보다 14.3일 짧았습니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아이의 퇴원 때 평균 체중도 2310g으로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아이보다 160g 높았습니다.


이 교수팀은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가 숨지거나 패혈증·저체온증이 나타난 경우는 없었다"며 "무호흡은 4명(9%)에서 발생했는데 곧 자발적으로 회복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달리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아이는 11%가 패혈증을 경험했습니다. 중증 이상의 기관지폐 이형성증 발생률은 캥거루 케어 실시 여부와 상관없이 22%로 같았습니다.


캥거루 케어는 엄마에게도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엄마의 우울감 지수는 캥거루 케어 참여 전 30%에서 참여 뒤 5%로 감소했습니다. 캥거루 케어를 한 뒤 엄마의 상태 불안 점수(슈필버거 불안측정 도구 사용)는 평균 1.2점(49.7점→48.5점) 낮아졌습니다. 엄마의 모성 애착 점수(모자간의 친밀한 정서적 유대감을 나타내는 점수, 물러의 모성 애착 자가 평가 도구 사용)는 1.1점(98.4점→99.5점) 높아졌습니다. 캥거루 케어에 참여하지 않은 미숙아 엄마의 불안 점수와 모성 애착 점수는 각각 55.6점, 93.2점이었습니다.


캥거루 케어는 캥거루가 일찍 태어난 새끼를 육아낭에 넣어 키우듯 미숙아를 품에 안아 키우는 치료법입니다. 엄마와 아기의 피부가 직접 맞닿을 수 있도록 맨 몸으로 안아줍니다. 1983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인큐베이터 등 의료 설비·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됐습니다.


2002년 미국 내 신생아 집중 치료실 1133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82%가 캥거루 케어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병원의 캥거루 케어 실시율은 선진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낮습니다. 이 교수팀은 "국내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선 제한된 면회만을 허용하고 있고 의료진의 미숙아 감염과 안전에 대한 우려, 공간적 제한 탓으로 캥거루 케어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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