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정국 여야의 '경제통 스와프' 임박…경제정책 한판승부 예고
與출신 야당대표 김종인 '경제민주화'
野출신 경제전략가 강봉균의 '재정건전성'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이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20대 총선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제안함에 따라 경제정책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의 한판 대결이 성사될 공산이 커졌다. 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야권의 경제 전문가로 새누리당의 선대위원장을 수락하면 김 대표에 이어 여야의 경제 전문가가 상대 당의 총선 사령탑이 되는 것이다.
강 전 장관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로부터 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받고 "며칠 내로 답을 주겠다"며 긍정적 대답을 했다. 또 세 번이나 국회의원을 한 사람으로서 자리에 욕심을 내지 않으며 더민주의 경제정책 방향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의 강 전 장관 선대위원장 영입은 김 대표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경제민주화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던 김 대표가 야당의 총선을 지휘하는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를 수습했던 강 전 장관을 통해 야당의 '경제 심판론'을 무력화시키며 반전을 노리는 것이다.
강 전 장관과 김 대표가 경제를 보는 시각과 위기에 대한 처방은 색깔이 엄연히 다르다.
김 대표는 여당에서 야당 목소리를 냈던 경제민주화 신봉자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란 강고한 대기업 위주의 경제력 집중을 타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타파와 함께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더민주가 지금까지 내놓은 20대 총선 공약을 살펴보면 공공임대주택확충, 가계부채 해소, 노인기초연금 인상 등 서민ㆍ중산층 복지 강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공약에 따른 재원조달 방안도 법인세 증가 등 '재벌 증세'가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복지 재정을 늘리겠다고 하면 '돈이 어디서 날 것인가'하는데, 돈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며 "조세 부담률을 현 18%에서 2~3%포인트만 늘리면 충분히 그 재정을 감당할 수 있다"며 세수 확대를 주장했다.
반면 강 전 장관의 경우 야당에 있으면서도 줄곧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어 "통화정책이 담당해야 할 총수요확대정책을 재정 확대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잃어버린 20년'에서 배워야 한다"며 "일본은 법인세, 소득세 감세정책으로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재정정책도 무력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에도 찬성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복지공약가계부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재원대책이 미흡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기재정운영계획부터 공약가계부를 수정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재벌 증세'가 아닌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인상을 주장했다. 그는 "세금에 대한 국민의 오해와 편견이 크다"며 "부가가치세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지금은 심각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시대인 만큼 겁을 낼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복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복지 포퓰리즘'은 재정 건전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또 복지 예산사업 도입 때 '페이고(paygoㆍ재정 지출계획을 짤 때 재원 확보 안까지 마련하도록 한 원칙)' 적용 등을 주장해 왔다.
전북 군산 출신인 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과 경제 수석으로 발탁됐고 이후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의 경제 분야 공약을 주도했고 2006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낙천했고 2014년 6ㆍ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지사 공천에서 탈락했다. 야권 인사지만 경제관이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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