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이른바 '야당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전례 없는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광주 광산구을 지역구에서는 두 야당 세력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광주 광산을은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42)의 지역구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당) 소속 당시 7ㆍ30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권 의원은 경찰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외압을 폭로했다. 이후 '정권 심판'의 상징성을 띄고 전략공천을 통해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의 정치활동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광주에 전략공천되던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고 당선 직후 자신을 정계에 이끌어 준 안철수ㆍ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곧바로 지도부를 사퇴, 연이어 당을 떠났다. 권 의원 역시 당내 불안한 입지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말 탈당했다.
권 의원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광산구을 선거구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국민의당과 더민주당의 '당대당 대결 구도'이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더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의당을 통한 변화를 시민에게 알려 꼭 지지받아 승리하겠다"고 지역구 수성 의지를 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용섭 전 의원(65)이 출사표를 던졌다. 자신이 재선에 성공했던 지역구 탈환을 노리는 이 전 의원은 지난달 17일 "제1야당이 분열세력에 의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 없다"며 약 20개월 만에 더민주당에 복당했다. 경쟁 상대인 권 의원이 소속된 국민의당을 '분열세력'이라 저격하며 맞대결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광산구을 재선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2014년 6ㆍ4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떠났다. 그러나 당시 안철수ㆍ김한실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안 대표의 측근인 윤장현 현 광주시장을 전략공천하자 이에 반발해 그해 5월 탈당하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14회 행정고시 출신의 이 전 의원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자타공인 '경제전문가'로 꼽힌다.
이 전 의원은 "더민주당에 대한 호남민심은 최저점을 찍고 상승국면"이라며 "지역민께서 당과 인물면에서 누구와 함께 해야 든든할 것인지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각오를 밝혔다.
호남 지역은 통상 야당 지지율이 높아 사실상 당내 경선을 통과하면 곧 당선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르다. 두 야당의 역대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만큼, 두 후보에 대한 지지뿐 아니라 당 지지율에 따른 영향 역시 끝까지 주목할만 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을 포함해 김중구(더민주당), 최선욱(국민의당), 문정은(정의당) 등 총 네 명의 예비후보자가 등록돼 있다.
현재 판세는 이 전 더민주 의원이 권 국민의당 의원보다 18%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14일 광주 광산을의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4.4%포인트),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의 지지도는 42.0%로 권 의원(23.7%)을 18.3%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이번 여론조사 방식과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