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스팸 메시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본인이 살고 있지도 않은 지역구의 예비후보자로부터 오는 문자 메시지도 많아 무차별하게 전화번호가 수집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예비후보자들이 보내는 대량 문자 메시지는 선거 60일을 앞둔 이번 주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15일 주간 업무회의를 하던 중 '○○○의 토박이 예비후보 아무개'라는 문자를 받은 직장인 A씨는 "그렇지 않아도 스팸 문자와 전화에 시달리는데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선거 문자까지 날라와 짜증"이라며 "도대체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B씨는 최근 이런 선거 문자가 어떻게 오는지 짐작되는 다소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서울 ○○동과 △△동에 사는 친척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것이다. B씨는 개인정보라 꺼림칙했지만 지인과의 관계도 있어 마지못해 알려줬다.
유권자를 일일이 만나기가 어려운 입후보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는 유용한 선거운동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문자 메시지의 발송 대상자를 확보하는 일은 전쟁에 가깝다. 선거사무원이나 대학 동창, 지인 등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전화번호 수집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원인이다. 한 예비후보자의 관계자는 대도시 아파트의 주차된 차량에 적힌 전화번호가 주요 표적이라고 귀띔했다. 지역구 유권자일 확률이 높아 선호되는 수집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예비후보자들이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는 개인정보 수집은 개인정보보호법상으로는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보편적인 개인정보 보호를 다루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선거 관련 활동을 규제하기엔 버겁다는 입장이다. 법 적용 범위와 해석을 두고 선거관리위원회와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너무나 광범위한 것이기 때문에 규율이 제대로 안 될 수 있어 선거와 관련된 사안은 공직선거법에 규정하는 게 최적"이라며 "지난해에 이런 취지의 문서를 선관위에 보내고 한두 차례 협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법상 20명 이상에게 자동 동보 방식으로 보내는 대량 문자 메시지는 후보자(예비후보자 신분 포함)당 5회로 제한하고 있지만 20명씩 끊어서 반복 전송하는 것은 가능해 사실상 무제한에 가깝다. 다만 문자 메시지 외에 음성·화상·동영상을 발송하거나 수신거부 방법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 등은 선거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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