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권 전세수급동향 지수 135.6으로 서울서 가장 높아
재개발 탄력 받아 전세 이주 수요 늘어나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가장 어려운 곳은 은평과 서대문, 마포구 등 서북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난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상태지만 정도가 더 심한 곳은 따로 있는 셈이다.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서북권의 아파트 전세수급동향 지수는 135.6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해당 지역 전셋집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비교해 나타내는 지표다.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북권 지수는 서울 평균인 119.9보다 15.7포인트 높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이 가장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통상 재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지역은 전세 이주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며 "서북권의 경우 최근 재개발이 탄력을 받으면서 이주민들로 인해 전세난이 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다세대ㆍ다가구주택들이 많은 은평구 곳곳에서는 재개발이 추진됐거나 추진 중이다. 녹번동 녹번 1-3구역에는 1200가구가 넘는 북한산 푸르지오가 들어선 상태다. 또 녹번 1-1구역에는 총 952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 녹번이, 1-2구역에는 래미안 베라힐즈(1305가구)가 들어선다. 그리고 응암 1구역과 2구역 등에는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이 아파트 2441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서대문구의 경우도 현대건설이 북아현동 1-954 일대에 북아현 힐스테이트 992가구를, 두산건설은 홍은14구역에 총 494가구 등을 공급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재개발ㆍ재건축에 따라 이주 물량이 은평구 7417가구, 서대문구 6867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북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은 지난해 10월(1.01%)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서울 평균보다 여전히 높은 상황.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은 전달 대비 0.42%로 서울 평균(0.34%)보다 전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반면 서북권의 매매수급동향지수는 80.9로 서울 평균인 98.5보다 17.6포인트 낮았다. 박 전문위원은 "서북권 지역 매매시장의 경우 공급이 우위인 이유도 재개발 때문"이라며 "지난해부터 입주가 시작된 가재울 뉴타운의 경우 매매 물량은 상당하지만 인근 다세대ㆍ빌라에 살고 있는 경우 이 아파트를 매입할 여력이 없어 수요층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수급동향지수는 감정원이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공급과 수요 중 어떤 것이 우위인지를 설문조사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공인중개사들이 시장에 나온 전셋집 물량보다 전세물건을 찾는 수요가 더 많다고 느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심리지표이기 때문에 실제 거래 통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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