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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키프로스의 통일 움직임과 한반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8초

[충무로에서]키프로스의 통일 움직임과 한반도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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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가 다시 통일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초청으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남북 키프로스 대통령들은 한 목소리로 국제사회가 키프로스의 재통일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키프로스는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터키 및 시리아가 바로 코앞이고, 수에즈 운하도 지척인 전략요충지다. 한반도로 보면 북한의 해주항과 남포항이 코앞에 있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라고 할까. 주변 강대국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1960년에야 겨우 독립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1974년 그리스계 군인들이 키프로스를 그리스와 합병할 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에 맞서 터키가 4만명의 군대를 이끌고 들어와 북쪽(전체 영토의 37%)을 강점했다. 이것이 42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분단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무력 충돌이 간단없이 계속됐고, 이를 막기 위해 한반도의 비무장지대처럼 완충지대(그린라인)가 설치되었으며, UN 평화유지군이 파견되었다.

지난 일이지만 결정적인 통일의 기회가 있었다. 2004년 당시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의 연방제 통일국가 제안(북쪽 영토의 절반을 남쪽에 주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북은 가결(찬성 64.9%)했지만 남은 부결(반대 75.8%)시켰다. 결정적 원인은 남쪽 지도자가 마음을 바꾸어 이 제안을 비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남북 키프로스는 통일의 필요성보다 통일의 후유증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 그리스계는 대부분 남쪽에 거주하고 터키계는 북쪽에 살고 있다. 종교도 남쪽은 기독교(그리스정교회)인데 북쪽은 이슬람이다. 인종이나 종교로 보면 남남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통일하려고 한다. 왜 그럴까. 거창한 통일 담론도 있겠지만 남북 정치지도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끈 결정적 요인은 분단된 키프로스로는 미래가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북쪽은 끊임없는 터키 본토인들의 이주로 자칫 터키의 식민지가 될 우려가 있었다. 관광업이 주된 산업인 남쪽은 국제금융위기 때 크게 혼났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100억유로(14조5000억 원 상당)의 구제 금융을 받고서야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남북 간 긴장이 지속되고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니 관광객이 줄어들 수밖에.


이런 판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남쪽에서 천연가스전이 발견된 것이다. 300억∼1000억유로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 돈이면 구제금융 빚 모두를 갚을 수 있다. 그러나 먹을 것이 생기니 북측과 터키가 군침을 삼키고 있다. 개발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런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것이 정치다.


통일에 미온적이던 남측이 드디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야겠다고 나섰다.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 왕의 전차에 매달린 매듭을 아무도 못 풀자 한칼에 자른 것처럼 말이다. 남북은 한 달에 두세 차례씩 만나 통일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북에 토지를 두고 남으로 이주해온 자들에게 지급할 토지보상비가 큰일인데 가스를 팔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북 모두 통일 반대론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다행스럽게도 남측의 후견인 그리스는 자체 경제 문제로, 북측의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 문제로 통일을 반대할 명분이 줄어들었다. 영국은 이미 군사기지를 챙겼다. 남북 키프로스 지도자들이 이틈을 타 다보스 포럼에서 통일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여행길의 키프로스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남북한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미국과 중국 등 4강의 틈바구니에서 미래는 있는가. 키프로스처럼 남북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남북 교류협력 증진에 이어 장차 통일 논의까지.


맨날 같은 편끼리만 모여 식사하고 보고서나 만들면 뭐하나. 2014년 유엔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도 미국 연구기관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를 언급하며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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