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란 원화계좌 유지..유로화 결제체계 구축 모색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우리나라와 이란간 무역거래에서 원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를 활용한 결제는 당분간 도입하기 어렵게 됐다.
이란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수주 경쟁에서 중국 등 경쟁국들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2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화 결제 시스템 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이란 측과 공유했다"며 "기존 원화 계좌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계좌는 우리 정부가 2010년 9월부터 서방의 대(對)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만든 일종의 우회 결제 방식이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달러화 결제가 막히자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만든 뒤 이를 활용해 양국 간의 교역대금을 결제해왔다.
예를 들어 한국 정유사가 이란에서 수입한 원유 대금을 원화로 이란 중앙은행 명의계좌에 입금하면, 이란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로 바꿔 대금을 내준다. 반대로 한국 기업은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에 쌓인 원화로 대(對)이란 수출대금을 받는 방식이다.
우리 기업이 이란에 수출한 대금보다는 수입한 원유 대금이 훨씬 많아 계좌에는 현재 3조 원가량 쌓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란 제재 해제 이후 SOC 등의 사업에 진출할 때 대규모 금액의 투자 계약을 위해서는 달러화나 유로화 등 대체 통화 거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원화 계좌를 대체할 거래 방식을 모색해왔다.
이를 위해 기재부 등 정부부처와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원화계좌를 운용하는 기업은행, 우리은행 관계자로 구성된 대표단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중앙은행을 찾아가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유로화를 활용하는 대체 결제 시스템 구축 문제를 함께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현재 원화는 달러화하고만 직거래가 되기 때문에 이란이 원화를 받아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으로 바꾸려면 달러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경우 '달러화 거래 금지'라는 미국의 제재를 어기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만 정부는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란과의 교역에서 달러화가 아닌 제3의 통화로 거래할 때 매개 통화로 달러를 활용하는 것이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 재무부가 인정받기 위해서다.
아울러 이란 경제제재 이후 원화계좌에서 대량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란 입장에선 수익률을 올리는 방안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서 매우 소소한 금액을 내달라는 요청을 했을 뿐이며 원화 계좌가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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