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합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60년사 출판기념회에선 느닷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 등을 주장하며 줄곧 각을 세워온 이종걸 원내대표 입에서다.
이 원내대표는 더민주 60년의 주역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발언 직후엔 "(문 전 대표를) 존경하는 마음이 마음 속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이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은 바람 잘 날 없던 두 사람의 관계를 돌이켜 본다면 가히 흥미로웠다. 얼마 전 까지 문 전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통합여행을 해온 이 전 원내대표다. 45일 동안 최고위원회의를 거부한 것 또한 문 전 대표와 갈등 때문이었다. 최고위 복귀도 문 전 대표가 사퇴하고 조기선대위 구성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였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6~7월에도 당무를 거부했다. 문 전 대표가 당시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하자 최고위에 열흘 간 불참했다. 지난해 9월엔 문 전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유신'에 빗대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급기야 이 전 원내대표는 "저의 진의와 다른 표현으로 인해 잘못 전달된 점에 관해 깊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랬던 이 전 원내대표가 문 전 대표를 향해 존경심을 표현했다. 불과 1~2달 만에 180도 뒤바뀐 셈이다. 게다가 이날은 공교롭게도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참여 여부가 논란이 일었던 날이다.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최고위원회에 참여해왔지만, 전날 중앙위원회에서는 기존 당헌의 '최고위원 당연직 승계' 조항을 제외했다. 이어 발표된 비대위원 명단에서 이 원내대표는 보이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결국 비대위에 참석하되 의결권은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상황이 일단락됐다.
이 원내대표는 비대위 첫 회의에 참석해 "민생을 위해 남은 76일 헌신 또 헌신하겠다"며 "'김종인호(號) 비대위'가 성공해야 당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을 바라며, 문 전 대표의 대통령을 그리게 된 그. 달라진 이 원내대표의 모습은 총·대선 승리를 향하는 더민주호(號)에도 파란불이 켜졌단 방증일까.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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