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스·카페베네 등 1세대 커피 사모펀드에 매각…매출내리막
-형지 등 중견의류기업 경기침체에 재고몰이 등 밀어내기 작전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오주연 기자]국내 유통업계에서 토종 브랜드가 고전하고 있다. 내수침체가 심화되고 있는데다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 탓에 '총알(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할리스커피 등 1세대 토종 커피브랜드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패션브랜드들은 성장을 멈춘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토종 커피 브랜드는 대기업 커피전문점을 제외하고 탐앤탐스와 이디야커피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스타벅스, 커피빈 등 해외 커피 브랜드가 국내 커피업계를 주름잡던 당시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등 토종 커피 브랜드들이 생겨나 '토종커피' 시대를 열었지만 2016년 현재 토종 커피 브랜드 1세대 중 명맥을 이어가는 곳은 대기업 커피전문점을 제외하고 탐앤탐스와 이디야커피 뿐이다.
1세대 토종 커피 브랜드인 할리스커피는 2013년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450억원에 경영권을 사들였다. IMM은 할리스커피를 운영하는 할리스에프앤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획을 밝히며 재무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할리스커피는 주인이 바뀐 뒤 매출액은 2013년 700억원대에서 지난해 1000억원대로 40%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직영점 위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탓에 영업이익률은 10%에서 6%로 내려앉았다. 업계에서는 '주인없는 회사'가 되면서 당분간 할리스커피가 내실보다는 외형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종 커피 브랜드 열풍을 주도한 카페베네도 '토종' 명맥을 오래 잇진 못했다. 국내 1위 커피 프랜차이즈인 카페베네는 지난해 12월 말 K3 제5호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실적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김선권 회장이 카페베네 지분을 매각한 것. 김 회장의 지분율은 49.5%에서 7.3%로 감소해 사실상 경영에서 물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페베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75억원에 달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등이 줄지어 사모펀드에 넘어가면서 토종 커피 브랜드 1세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면서 "경영 전문성이 결여된 채 내실보다 주먹구구식 외형확장에만 몰두한 게 토종커피 1세대 몰락의 이유"라고 말했다.
토종 패션브랜드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자본력으로 침체기를 버티고 있지만 중견 패션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잇달아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중견 토종 여성 패션브랜드는 경기침체와 제조ㆍ유통 일괄화 브랜드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중견 패션기업 시선인터내셔널의 여성복브랜드 르윗은 판매 전략을 수수료가 비싼 백화점 대신 온라인과 가두점 중심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백화점에서 매장을 차례로 철수키로 했다. 동광인터내셔날의 스위트숲도 백화점 채널을 줄이기로 했다.
가두매장 중심의 브랜드도 올해 '버티기' 전략으로 경영목표를 수정했다. 패션그룹형지의 대표 여성복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는 2013년 이후 매출과 매장 수가 모두 답보상태다. 올해 매출목표도 소극적으로 잡았다. 크로커다일레이디의 지난해 매출액은 2800억원이다. 매장수는 450개. 올해는 매출목표와 매장수를 각각 3000억원, 460개로 설정했다.
형지는 아웃도어브랜드 와일즈로드와 노스케이프 등 2개 브랜드 매출목표를 1100억원으로 수립했다. 와일드 로드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2010년 야심차게 선보인 아웃도어 브랜드다. 2013년 매출액 500억원을 달성한 뒤 2014년 1000억원대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었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형지는 지난해 말 외부 대형 전시장에서 '재고 떨이 세일'도 진행했다. 패션업계는 이를 두고 매출목표를 맞추기 위한 '밀어내기식' 행사라고 지적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패션 시장은 전반적인 소비경기 침체에 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패션대기업조차 마케팅과 영업비용을 줄이는 판국이라 중견기업은 버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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