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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夜登'하면서도 걱정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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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夜登'하면서도 걱정하는데…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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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등'이라고 하는 야간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이들은 캄캄한 밤에 산을 찾는다. 한적해서 좋고, 조용해서 좋고,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으니 좋다는 게 이들의 평이다. 야등족은 더 늘어날 태세다.


한 후배가 최근 야등을 했다며 SNS에 글을 올렸다. 평소 야등에 관심'만' 있었기에 무심코 읽어봤다. 그런데 글 마지막 부분에서 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산길을 오른 지 삼십 여분, 뒤돌아보면 불빛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능선을 오를수록 더 멀리, 더 널리 있는 불빛들까지 눈에 들어온다. 우와~ 멋지다, 그렇게들 말했다. 그러다 좀 더 보고 있노라니, 저 중에 내 집 하나 없다. 씁쓸하게 들릴 듯 들리지 않을 듯 읊조리는 사람이 있었다."

야등족 가운데 상당수가 무주택자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야등을 하는 이들마저 야경을 보며 집 걱정을 하고 있음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상투적으로 표현하자면, 지금 "부동산시장이 심상찮다". 아니 올해 내내 불안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전셋값이 크게 치솟고 있는 것부터 그렇게 생각할 여지를 다분히 남긴다. 새해 벽두부터 전세보증금을 올린 집들이 적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전세보증금만 받는 집주인이 줄어들고 있으니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자연스레 시장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귀해진 전세와 달리 월세는 늘어난다.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 등에서나 보증금 약간에 월세를 받던 행태는 과거에 국한된 얘기다. 이제는 고가의 아파트까지 일부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며 가세하고 있다. 서울의 전세금 평균치는 3억7800만원에 달한다. 보증금을 은행에 맡겨도 이자수익이 낮다보니 보증금을 1억원 이하로 크게 낮추고 나머지를 월세로 받는 경우가 늘어난다. 1억원 정도의 전세보증금이라고 해봐야 월 이자수익으로 치면 20만원 정도에 그친다. 강남 아파트단지에서는 월세 100만원 이상을 내며 사는 세입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곡동과 삼성동 등지의 공동주택에서는 500만원 이상 월세 계약도 심심찮게 체결된다. 소득이 많든 적든, 세입자인 가계의 살림살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거비용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임대차시장만 불안한 것은 아니다. 매매와 분양시장은 구조적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2월부터 강화할 예정이고 금리도 차츰 인상될 것으로 보여서다. 그러는 사이 집을 보유한 이들도 시름에 빠져있다. 막대한 대출금으로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자부담에 허덕이고, 게다가 집값이 크게 하락한다고 치면 가계가 파탄 날 이들이 주위에 널려있다.


돌이켜보면 부동산시장은 '언제나' 심상치 않았다. 마치 기업들이 새해를 맞을 때마다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며 위기론을 들고 나오듯, 부동산시장 역시 불확실한 가운데 수많은 정책과 수급의 변수로 인해 안정적이지 않았다. 주택보급률이 110%를 훨씬 넘어선 선진국에서조차 해마다 집값이 널뛰듯 하니, 겨우 102% 넘어선 우리야 별 수 있겠나.


부동산시장은 단순히 건설업자나 서민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시장을 엄정하게 판단하고 민감한 정책변수를 어떻게 조율해 갈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주택정책의 실무 책임자인 국토교통부의 주택토지실장은 보름 넘게 공석이다. 급작스레 직전 실장을 전보발령 냈을 때는 누군가를 채워 넣으려는 뜻이 있을 터였다. 그런데 올해 주택정책 계획을 담아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는 시점까지 후속인사가 감감무소식이다. 안팎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크다. 하긴 누리과정으로 저 난리인데도 교육부 장관 임명조차 미뤄두는 판국이니….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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