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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丙申年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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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丙申年이 주는 교훈 조영신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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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2월11일 새벽. 고종은 친일파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정동에 위치한 러시아 공관으로 몸을 피했다. 명성황후가 살해된 을미사변(1895년) 이후 친일세력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협의, 왕세자와 함께 1년간 러시아 공관에서 생활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아관파천(俄館播遷)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896년 병신년(丙申年)에 일어난 일이다.


아관파천은 당시 조선이 얼마나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고종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조선과 대한제국의 국운은 다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60년 뒤인 1956년 병신년 역시 어두운 해였다. 경술국치와 광복, 그리고 6ㆍ25 전쟁으로 이어진 한반도는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였다. 역경을 이겨냈지만 한국은 폐허상태였고, 우방국의 원조 없이는 먹고 살기 힘들었다.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66달러였다. 대외 수출액은 25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한국은 최빈국에 가까운 나라였다.

다시 60년이 지난 2016년 병신년 오늘, 대한민국의 모습은 확 달라졌다. 국권을 빼앗긴 120년 전과 사뭇 다르다. 국권이 약해 이 나라, 저 나라에 끌려 다녔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우리의 눈치를 본다. 또 원조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도 됐다. 대한민국은 위풍당당 'G20'의 일원이다. 정치적으로도 중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동북아시아의 중심국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국격상승은 태생적 한계인 지정학적 위험(리스크)까지 뛰어 넘었다.


대한민국 국격 상승의 원동력은 경제성장이다. 자동차, 조선, 중화학 산업이 80∼9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지금은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정보기술(IT) 및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다. IT 산업으로만 보면 한국은 세계 톱이다. 고종이 살아계신다면 아마도 기절초풍하실거다. 반도체로 시작된 한국의 IT산업은 스마트폰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분야로까지 확장, 세계 어느 국가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60년 뒤인 2076년의 한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처럼 IT와 ICT분야에서 세계 톱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또 G20를 넘어 G10, 아니 G5의 일원이 돼 있을까. 답은 "글쎄요"다.


조금, 아니 많이 아래로 봤던 중국이 너무 빨리 성장,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후장대형 산업은 물론 최첨단 기술로 간주된 IT 산업까지 중국의 성장이 무섭다. 중국의 성장이 진짜 무서운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산업은 이미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최첨단이라고 하는 스마트폰 역시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가격 경쟁을 무기로 한 중국 제품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법 잘 팔린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중국산 폰을 구매하는 한국 소비자는 없었다.


콘텐츠를 무기로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도 한국 경제의 큰 부담이다. 경쟁력이 없으면 외세에 휘둘리고, 결국에는 종속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배웠다.


우리끼리 아웅다웅하는 사이 한국 IT 및 ICT산업 마저 외세의 영향권 안에 들어갈까 두렵다. 기절초풍하신 고종께서 다시 졸도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할 때다.






조영신 산업2부장 as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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