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KDB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숙제에 맞닥뜨렸다. 지금은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지만 대우증권 인수,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개정안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8.6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 회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지분율 38.02%)과 미래에셋생명(15.92%ㆍ우선주 포함 지분율)을 지배하고 있다(2015년 3분기말 기준).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의 계열사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는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대우증권 지분가치 희석 우려=우선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의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 지분율이 낮아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미래에셋증권 지분은 현재 38.02%로 통합 후 약 15% 수준으로 줄어든다. 일각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미래에셋그룹은 경영권 문제는 없다고 자신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비율이 1:0.5 수준으로 결정되면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한 대우증권 지분 43%는 자사주가 되고 통합 이후 자사주 지분율은 20%대 초반이 된다. 미래에셋캐피탈 보유 지분과 합하면 미래에셋측은 총 36% 이상의 미래에셋대우증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자사주가 의결권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의결권 있는 지분을 계산해도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 지분의 약 20%를 보유하게 된다"며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오면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해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여전법 개정안도 변수=지배구조 개편의 가장 큰 변수는 여전법 개정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계열출자총액을 현행 150%에서 향후 10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장부가는 미래에셋증권 6724억원, 미래에셋생명 1693억원으로 총 8417억원이다. 미래에셋캐피탈 자기자본(5903억원)을 42% 초과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예기간 5년 이내에 계열사 지분을 팔거나 증자를 통해 미래에셋캐피탈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현실적인 방안은 증자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6000억원 가까이 필요하다.
지주사 전환 문제도 고민이다. 박현주 회장이 최근 간담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하면 관리하기는 좋은데 야성을 잃을 수 있어 고민"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금융지주사법에 따르면 총 자산 대비 자회사 주식가치 비율이 50%를 넘으면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을 지주사로 전환하면 대주주 자격 요건이 강화되는 등 규제가 많아진다.
대우증권 인수 후에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주식가치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지주사 전환을 막으려면 추가로 3000억~5000억원의 자산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래에셋캐피탈은 오는 6월까지 3000억원대의 미래에셋생명 전환우선주를 매입해야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활용할 수 있지만=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그룹의 맏형격이자 박 회장측이 지분 60.19%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조7000억~1조8000억원의 자본을 쓸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여전법 개정안의 경우 통과조차 되지 않았고, 통과가 돼도 5년의 유예기간이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은 아니다"라며 "여전법 개정 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제3자배정 방식으로 미래에셋캐피탈 증자에 참여하거나 미래에셋캐피탈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투자 여력이 감소하는 점은 부담으로 봤다. 또 다른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여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써야 해 글로벌 금융사 도약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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