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농협 중앙회장은 역대 민선 회장 4명 가운데 3명이 구속될 만큼 바람 잘 날 없는 자리다. 중앙회장의 비자금 조성, 뇌물 수수 등 각종 비리가 잇따라 터지자 '복마전(伏魔殿·마귀가 숨어있는 전각)'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민선 1~3대 농협 중앙회장은 모두 구속됐다. 한호선 초대 회장은 1994년 3월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원철희 2대 회장도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수갑을 찼다. 정대근 3대 회장은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을 현대자동차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3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현직인 최원병 4대 회장도 비자금 조성과 리솜리조트 특혜대출 개입 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최 회장은 처벌을 빗겨갔지만 측근들은 재판을 피하지 못했다. 최 회장은 2007년 12월 취임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교(동지상고) 후배로 조명을 받기도 했다.
중앙회장 선거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전국 조합장들이 투표로 뽑는 직선제가 도입된 1990년 이후 고소·고발과 흑색선전은 물론 금품 매수설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2009년 비리와 선거과열을 막기 위해 대의원 292명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로 선거방식을 바꿨지만, 대의원 매수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처럼 매번 선거 때마다 진흙탕 싸움을 감수하는 것은 중앙회장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막대한 이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 4년의 농협 중앙회장은 금융·유통업 등 27개의 계열사를 주무른다. 이들의 자산 규모는 342조원, 종사하는 임직원은 8만여명에 이른다. 때문에 '농민 대통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중앙회장의 연봉은 3억7000만원이지만, 연봉 3억5000만원의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총 연봉은 7억2000만원 규모다. 그나마 2009년부터 중임을 못하도록 해 연임을 위한 불법·편법 행위는 사라졌다. 과거 중앙회장들이 비자금 조성에 열을 올린 것은 연임을 위한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중앙회장 비리와 혼탁선거가 고질병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이를 바로 잡지 않고는 농협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중앙회장 권한이 과도하고, 이를 감시할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농업계 관계자는 "농협이 농민을 제대로 대변하고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중앙회장의 권한을 줄이고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과감하고 근본적인 처방이 없다면 농협 중앙회장의 흑역사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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