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서 촉발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올해 중대고비
호텔롯데 올 3월께 상장 추진…그룹 투명성 확보 올인
신동빈 회장, 개혁작업 통해 '원 롯데 원 리더' 자리 확고히 굳혀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올해 유통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지난해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롯데그룹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기업이라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내년 3월께 상장될 전망이다. 우량 기업의 상장심사를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받아 상장심사기간이 단축됐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지난 달 21일 유가증권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IPO 주관사는 KDB대우증권과 메릴린치인터내셔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3곳.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대형 우량사로 인정받아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조건에 해당된다. 이에 상장 심사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최소 20영업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은 자기자본 4000억원 이상, 매출액 70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 3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상장심사 기간을 기존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 이내로 줄여주는 제도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 3조607억원, 영업이익 2386억원, 당기순이익 1123억원이었다. 총자산은 17조4559억원, 자기자본은 9조9599억원 규모로 패스트트랙 조건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달 상장이 승인될 경우 이후 수요 예측과 공모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3월께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례로 지난 2013년 삼성SDS가 8월 패스트트랙을 신청하고 11월 상장하기까지 3개월도 채 안 걸렸다.
이번 호텔롯데의 추정 시가총액은 15조원이다. 당초 20조원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의 면세점 사업권에서 배제되면서 당초보다 최대 5조원까지 예상치가 낮아졌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롯데그룹은 순환출자 고리 선두에 있는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다. 롯데그룹은 이번 상장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호텔롯데는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등 한일 롯데그룹 16개 계열사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중 일본계 지분이 96%에 달한다. 이번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을 축소하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할 뿐만 아니라,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실질적인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형제의 난에 이어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국적 논란으로까지 비화돼 곤혹을 치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호텔롯데의 상장이었던만큼, 롯데그룹은 올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지배주조 개편작업에 집중, 상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한 원톱 체제가 굳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호텔롯데 외에도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등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 등의 상장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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