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그동안 '실질성장률' 중심으로 관리하던 거시정책을 내년부터 '실질·경상성장률 병행 관리'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제전망에서도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함께 표기하고, 경상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인 거시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특히 통화당국에 맡겼던 물가 관리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획재정부는 16일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앞으로 체감 중시 거시정책 운용을 위해 실질성장률과 함께 경상성장률을 관리지표로 병행·보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경제활력 강화를 위한 거시정책으로, 물가안정목표 재설정을 계기로 경상성장률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면서 "현수준보다 높은 물가목표를 설정하고 책임성을 강화해서 '물가안정'에서 '저물가 탈피'로 정책방향을 바꾸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체감 중시'와 '저물가 탈피'를 강조한 것은 경제주체가 생활에서 인식하는 성장률은 실질성장률보다 물량과 가격이 함께 반영된 경상성장률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만성적·구조적 저물가가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담겨 있다.
경상성장률이 둔화되면 국민·기업 등 경제주체의 체감악화로 이어지고, 소비·투자·고용·세수 등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 기업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투자부진과 고용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가계에서는 명목 임금상승률 둔화와 실질 부채부담 증가가 소비를 위축시키게 된다. 정부도 세수가 감소하고 재정건전성 악화를 가져오게 된다.
최근 우리 경제는 전반적으로 경상성장률이 실질성장률에 비해 둔화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실질성장률이 2000~2007년 평균 5.4%에서 2012~2015년 평균 2.8%로 2.6%포인트 떨어진 데 비해 경상성장률은 같은 기간 평균 7.7%에서 4.0%로 3.7%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2012년 이후에는 구조적·경기적 요인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고,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상승률도 함께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 적정물가 관리에 실패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는 게 기재부의 주장이다. 일본 경상성장률은 1980년대 평균 6.0%였으나 1990년대 2.0%로 추락했고, 2000년대에는 -0.7%를 기록했다.
기재부는 "과거 고성장기와 달리 경제성숙단계에서는 적정수준의 물가와 성장이 결합된 경상성장률 관리를 위한 거시정책조합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소득수준이었을 때 경상성장률은 5%대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후반일 때 호주는 6.5%, 미국은 5.4%, 독일은 5.0%의 경상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한국은 지난해 4.2%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물가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통화정책을 전담하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통화정책, 재정정책 등 거시정책 전체 차원에서 물가목표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잡게 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 거시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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