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포괄적 재난보험의 추진과정을 보면 이런 속담이 떠오른다.
세월호 참사 후 추진됐던 '포괄적 재난보험' 제도의 도입이 결국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국회에서 법 통과가 늦어진 데다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관계 부처 간 협의도 난항을 겪고 있는 탓이다.
주무 부처인 국민안전처는 세부적인 사항까지 점검하고 협의를 마치면 내년 상반기쯤 제도가 도입되고 내후년이나 돼야 실제로 시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엔 올해 내 제도를 도입하고 1년 후 시행이 목표였다.
포괄적 재난보험은 세월호를 계기로 본격 추진됐었다. 원인 제공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안전불감증'의 한 원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에도 재난보험 제도가 운용되긴 했지만 의무보험은 일부에만 국한되는 등 한계가 많았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제도가 '포괄적 재난보험'이다. 이 보험은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다중 이용 시설 대부분을 의무 가입 대상으로 규정했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 사업자의 피해는 물론 이용객과 종업원, 아르바이트생까지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판교 환기구 추락사고를 계기로 이를 본격 추진해 올해 내 제도 도입을 약속했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앞으로 대형 인명사고만 나면 '모금함'이 도는 난처한 현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관련 내용을 담은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개정 작업은 여러 차례 미뤄진 끝에 지난 9일에서야 마무리됐다. 또 재난보험 가입 의무화 대상 등 세부 사항을 담은 시행령 제정 작업도 정부 부처 내 이견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물관 등 12개 시설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주유소, 지하도 상가, 장례식장 등에 대해선 부처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총선을 코앞에 둔 탓에 정부 부처들이 일부 업종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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