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낯선 시선]연금, 이제 부동산 임대업으로 돌리자

시계아이콘01분 40초 소요

[낯선 시선]연금, 이제 부동산 임대업으로 돌리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AD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독특하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경제구조의 상당 부분을 결정해 온 이 전세는 그 유래가 깊다지만, 6ㆍ25 전쟁을 치르고 모두 무너진 폐허에서 한 사람은 땅을 대고 또 다른 사람은 건축비를 대어 같이 살면서 기본구도가 정착됐고 60년대 이농현상으로 인한 도시화로 확대됐다.


부지불식간에 사회문제가 된 것은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는 1970년대 이후이다. 한 발 빠른 사람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전세를 주고, 가격이 급등하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시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해 점점 자산을 늘려갔다. 이를 미처 따라잡지 못한 사람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전세에 허리가 휘었다. 이렇게 빈부격차의 바탕이 된 것이다. 그런데 경제정책은 건설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면서 건설회사와 투기세력이 그 과실을 독점하도록 설계했다. 그 정점은 11년 전,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새로 만든 여당이 아파트 원가공개를 총선공약으로 걸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는, 10배 남는 장사도 있다면서 당시 대통령이 살천스럽게 안면을 바꾼 장면일 것이다.

주택만이 아니라 상가도 사정은 같다. 여기에도 국가는 없다. 대출을 잔뜩 짊어진 건물주는 호시탐탐 임대료를 올릴 생각뿐이다. 특히 상권이 개발돼 사람이 몰리면 임대료가 올라가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는 떠나야 한다. 그래서 홍대 앞에서 상수동이나 합정동으로, 북촌에서 서촌으로 유목현상이 벌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용어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의 이면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폐허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땅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는 국가가 있었다. 땅을 가진 자가 집을 지을 때에 세입자의 목돈을 댄 것이 아니라 국가가 대출을 알선하고 직접 지급보증을 해 주었다. 그 대신 임대차에 대해 규제를 했는데 임차인의 갱신권이나 차임 인상 제한 등은 지금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전두환이 군사쿠데타 이후 이를 무마하려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외에 월세보조금이나 무이자 주택구입 대출, 법원의 월세 강제조정 등은 그야말로 '빨갱이'들이 사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자영업자도 굳이 상가 권리금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국가는 원래 이래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자금은 충분하다. 국민연금만 해도 500조원, 세계 3대의 기금이다. 그중에 90%를 주식과 채권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특히 100조원가량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주식이 문제다. 이익만 따지자니 사회적 악영향이 문제고 지분만큼의 주주권을 행사하자니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 대기업의 실적부진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 손실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이다. 직접 운용부분은 수익률이 -5% 선이다. 주가를 떠받치느라고 그 -5%만큼 우리가 내는 연금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위탁부분은 수익률이 아닌 다른 문제가 있다. 투명성과 도덕성이다. 엊그제도 한 증권사는 8조원대의 연기금을 받아 약정수익률에 묶여 돌려막기를 하다 적발됐다.


이제 서서히 주식에서 발을 빼고 임대차사업을 하자. 국민연금 운용자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그리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아 불안하다. 부동산 임대가 주식보다 훨씬 안정적이지 않은가. 규모가 크니 대규모 상가단지를 개발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간다. 주거안정보다 더한 복지가 어디에 있는가. 전세나 월세에 들어가는 자금이 적으면 실질적인 소득증대 효과가 있어서 경제부처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소비활성화 문제도 저절로 풀린다. 국민연금, 이제 주식대신 부동산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