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흰 종이가 5만원권 신사임당이 되기까지

시계아이콘01분 5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조폐공사 경산화폐본부 르포…6~7공정 거쳐 1달이면 지폐만들어져, 예년에 비해 발행량 감소…조폐공사 신기술 해외수주등 사업다각화 노력중

[르포]흰 종이가 5만원권 신사임당이 되기까지 공정 중인 오만원권(자료:한국조폐공사)
AD


[경산=구채은 기자] '전 좌석 창문개방', '제차 금지'

27일 오후, 경산역에서 25분거리인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정문. 철문 앞 표지판에는 붉은색으로 이같은 글자가 써 있었다. 기자단을 태운 버스가 멈추고 조폐공사 직원이 촬영준수사항을 지키겠다는 서약서 나눠줬다. "촬영결과물은 촬영목적에 반하여 사용하지 아니하며, 촬영 중 알게 된 사항을 누설할 때에는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그 결과가 반국가적 행위임을 자인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조폐공사는 국내에서 보안 등급이 가장 높은 '가급' 국가 보안시설이다. 본부출입 때마다 카드리더기와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했고, 제품 생산 전용시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문인식 과정을 거쳤다. 화폐본부 중앙통제시설에서 관리하는 CCTV는 450여대, 카드리더기는 200여대, 지문인식기는 40여대가 있다. 직원들의 작업복에 주머니를 만들지 않는 관행도 이같은 삼엄한 감시체계 탓이라고 했다.

◆백지가 돈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1달여 소요


지폐가 생산되는 은행권 전용시설에 들어갔다. 잉크알료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돈 만드는 공장'인 지폐와 주화 생산건물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4계절 내내 온도 23~24℃, 습도 55%내외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시중에서 쓰는 지폐를 만드려면 약 6~7개의 공정을 거친다. 공정 사이 건조와 숙성을 기다리는 시간도 있기 때문에 흰 종이가 완제품인 지폐가 되려면 1달여가 소요된다. 첫번째 공정은 '평판인쇄공정'이다. 부여공장에서 가져온 백지화폐에 바탕그림 인쇄하는 과정이다. 잉크가 마르기까지 5일 이상이 걸린다. 이후 스크린 인쇄과정을 거친다. 여기선 50000원, 1000원 등 지폐의 액면금액을 인쇄한다. 각도에 따라서 색깔이 보라색과 녹색으로 보이게 하는 위·변조 방지기술이 이 공정에서 처음 들어간다. 이후 한반도지도와 태극, 액면숫자, 4괘등이 그려진 홀로그램 띠를 부착한다음 신사임당의 얼굴을 그리는 요판인쇄과정을 거친다. 불량품 검사를 한 다음 활판인쇄 공정을 통해 일련번호를 찍고, 낱장으로 잘라내면 제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해외수주를 받으면 틀을 달리해 페루나 인도네시아 지폐를 생산할 때도 있다.


동전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짧다. 밋밋한 소전에 금형을 찍어내는 방식이다. 분당 800장을 만들 수 있다. 크게 압인과 검사, 포장의 단계를 거친다. 김기동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장은 "동전이나 화폐나 다 열손가락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자식같다"고 했다. 그는 "지폐공장이 주화공장보다 인원이 더 많긴 하지만 들어간 정성은 똑같기 때문에 직급이 더 높아야 지폐를 찍을 수 있다거나 하는 차이를 두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화폐본부 곳곳에선 '제품을 내몸같이 품질은 생명처럼'같은 건물에 붙은 표지나 100-1=0(제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1%의 실패가 100%의 실패)의 글귀가 써진 상징물을 볼 수 있었다.


[르포]흰 종이가 5만원권 신사임당이 되기까지 (자료:한국조폐공사)


◆화폐생산량 장기적으로 줄어…신기술·해외수주 등 사업다각화 노력


문제는 카드결제가 보편화되면서 화폐생산량이 장기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조폐공사가 발행하는 화폐량은 2014년 기준 6억7000만장에 달한다. 2007년 기준 20억장보다 3분의 1 넘게 줄었다. 조폐공사의 화폐사업 매출도 2007년 1453억1000만원에서 2014년 835억35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총매출에서 화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31.9%로 2007년(61.3%)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불황을 조폐공사는 사업다각화와 해외수출을 통해 뚫고 있다. 최근 조폐공사가 공을 들이는 신기술에는 '짝퉁방지기술'이다.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는 보안코드나 필름, 용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취업이나 밀항, 대출이나 탈세를 위해 졸업증명서나 재직 증명서, 의료 처방전, 시험성적서를 위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조자체가 어렵도록 특수물질이나 보안패턴을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보호기술에도 적용된다. 예컨대 각도를 조금 기울이면 正(정)자가 品(품)자로 바뀌는 잠상기술이나 칩을 넣어서 계량기 숫자의 조작여부를 판가름 할수 있는 '전자봉인 보안모듈' 같은 기술, 눈에 보이지 않는 QR코드와 암호화된 개별정보를 스마트폰앱으로 확인해 위조를 확인할 수 있는 암호화 보안코드와 같은 신기술이 그 예다.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며칠 전 중국의 100위안이 위변조 탓에 새로 발행됐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면서 "한국은행에서 위변조기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조폐공사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현재의 홀로그램 대신 특수 홀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고, 은선은 현재보다 폭을 넓게해 은선 안에 움직이는 현상들을 다양하게 하는 기술을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산 =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