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한국인들은 자녀지원과 노후준비를 맞바꾸고 은퇴 후 필요한 돈에 대해 계산해 보지도 않는 등 노후준비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준비와 관련해 부부들이 하기 쉬운 7가지 실수에 대해 소개한다.
25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은퇴에 관한 부부의 7가지 실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은퇴자 10명중 7명은 은퇴 후 필요한 소득이 얼마인지 계산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①은퇴 후 필요한 돈 얼마인지 몰라= 부부가 노후에 필요한 소득을 미리 계산해보는 것은 은퇴시점까지 준비해야 하는 자산의 규모를 파악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배우자의 유고시 홀로 남을 배우자의 노후생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은퇴 후 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돈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②부부 중 한 사람만 재무적 의사결정= 재무적 의사결정에 있어서 '부부간 대화'는 가계의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는 동기가 된다. 특히 부부 중 한 사람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면 갈등과 오해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그 배우자의 유고시 재무 관리가 취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부는 돈 문제에 대해 거의 상의하지 않거나(5%), 급할 때만 대화를 나눈다(35%)고 답했다. 우리나라 부부 5쌍중 2쌍은 돈 문제를 거의 상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지 않는 이유로는 '한 사람이 알아서 관리하기 때문에'가 가장 큰 이유였다.
③의료비ㆍ장기 간병비 고려하지 않아= 노후에 가장 많이 늘어나는 지출은 보건의료비다. 특히 중증질환은 치료와 간병에 큰 목돈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별도의 의료비를 마련해 놓지 않으면 은퇴 후 생활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비은퇴 부부가 노후에 '의료비를 별도로 마련하는 경우'는 34%에 불과했다. 특히 '장기간병비 마련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55%에 달할 정도로 장기 간병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④자녀지원과 노후준비 맞바꾼다= 최근 자녀들의 독립이 늦어지다 보니 중장년층 부부들이 노후 준비보다 자녀 지원에 지출의 우선 순위를 두는 경우가 많다. 부부가 소득 등을 분석해 자녀지원과 노후준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지출 포트폴리오를 구상해야 한다.
자녀가 있는 비은퇴자 가구의 67%가 '노후준비가 어렵더라도 자녀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50대 가구의 경우 최근 10년간 지출한 자녀 교육비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준비가 시급한 50대가 자녀 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⑤은퇴준비를 돈 문제로만 생각=은퇴 후 생활에는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건강, 대인관계 등 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은퇴생활을 위해서는 경제적 준비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은퇴 후의 취미 등 시간 활용과 사회적 역할, 가족ㆍ지역사회와의 관계 등에서 균형잡힌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비은퇴 가구의 생활영역별 은퇴준비 수준을 지수화해 비교한 결과를 보면, 재무적인 준비가 78.7점으로 잘 돼 있는 사람들도 △건강 63.7점, 활동 60.1점, 관계 65.9점 등 비재무적인 측면의 은퇴준비 수준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⑥은퇴후 삶에 대해 대화하지 않아=40~50대 부부의 32%만 은퇴 후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특히 생애 주기별로 보면 많은 부부들이 자녀의 대학입시 이후에 본격적인 은퇴준비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은퇴가 임박해서 체계적인 준비가 어렵다.
또 은퇴 전부터 은퇴 후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눠온 부부는 그렇지 않은 부부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물론 건강, 사회활동, 인간관계 등 전반적으로 은퇴준비가 잘 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서 실제 은퇴 후 삶의 만족도도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2배 이상 높았다.
⑦만일의 상황 대비한 의사결정 안해=포괄적인 의미에서 은퇴설계란 '삶에 대한 마무리'를 위한 준비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부부가 본인 또는 배우자의 사망이나 심신쇠약 상황 등에 어떻게 대처할지 의사결정을 미리 해두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죽음회피 문화'가 있어 상속이나 연명 치료 등의 의료적 의사결정을 해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부의 은퇴설계 안에는 반드시 상속설계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의료적 의사결정을 함께 포함시켜야 본인 또는 배우자 유고시 남은 가족들의 혼란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윤성은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은퇴준비는 막연한 계획보다는 은퇴의 현실과 각자의 사정을 고려한 실질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배우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