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 선임을 두고 말들이 많다. 특정 인물이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BS 사장은 공모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절차에 따라 결정한다. 최성준 위원장이 임명한다. 방통위는 EBS 사장 후보자를 공개모집한 결과 총 12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24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지원자를 대상으로 3~5명 정도로 우선 좁혀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섭 현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29일 전에는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전체회의에서 최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들이 구체적 절차에 대해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인물의 내정설을 두고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내정설 인물은 이명희 공주대 교수이다.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졌던 교학사 대표집필자이다. 이 교수는 '조선인 위안부는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는 등 역사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연예인의 70%는 좌파'라고 공개석상에서 밝히는 등 현실 인식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교수 내정설은 국정교과서 사태와 맞물리면서 만만치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 지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 등이 EBS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교수의 EBS 사장 임명은)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 교수가 사장에 임명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사전 경고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이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가뜩이나 방통위는 그동안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을 두고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최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방통위는 최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이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합의제 정부기구이다. 끝내 의견이 대립될 때는 표결을 통해 처리한다. 위원장을 포함해 여권인사가 3명이기 때문에 표결에서는 언제나 여권이 이긴다.
EBS 사장 임명은 이런 절차를 밟아선 안 될 것이다. 또 다시 특정 인물을 두고 기계적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방통위 존립여부가 국민의 심판대에 오를 것은 뻔 한 이치이다. 최 위원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대목이다. 장관은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적 역할'에 있지 않다. 그럴 바에야 '로봇'을 앉혀놓는 게 더 합리적이다. 장관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협의하는 존재이다.
EBS는 창의력과 자율성을 길러주고 우리 전통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교육방송이다. 이념편향, 정치편향, 경영전문성 부족 등이 EBS 사장 선임의 심각한 결격사유에 해당된다. 이 같은 상식적 원칙을 두고 고민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한다면 답은 쉽게 나올 수 있다.
이 교수도 민망한 상황이다. 2009년과 2012년 EBS 사장에 응모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EBS 구성원과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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