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비가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랜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진 가계가 부채 부담에 무뎌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24조8000억원으로 한 달 새 9조원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월간 최대 증가 폭이다. 특징적인 건 그동안 증가세를 주도하던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급격히 불어났다는 점이다. 이사철 주택거래 수요에다 추석 연휴 및 대대적 세일에 따른 소비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겹친 결과다.
정부의 소비진작 대책 등이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부채 증가의 불가피성과 순기능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젠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조절하고 세밀하게 관리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미국이 다음 달엔 드디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연내 금리인상도 충격이지만 그간의 전례를 보면 미국은 금리를 일단 올리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즉 금리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진 우리 경제가 그에 따른 충격을 과연 제대로 감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특히 가계부채는 총액 증가세도 문제지만 그 내용에서도 위험요인들이 적잖다. 우선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 않은 가운데 빚이 늘었다. 한은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164%다. 2013년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의 104~129%보다 크게 높다. 또 저소득층에서의 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수치가 보내는 경고신호보다 더욱 염려스러운 건 가계부채 위험성에 둔감해지고 있는 듯한 징후다. 미국 금리인상을 예상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미 9월부터 금리를 올리고 대출심사를 강화했지만 지난달 대출이 급증한 것도 그 같은 우려를 깊게 한다.
금리 상승세 전환에 대비한 더욱 선제적이며 다각적인 대응이 요청된다. 정부가 지난 7월 '고정금리 분할상환 위주의 대출 유도' 등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발표했지만 실제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미흡한 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득분위별 가계부채 부실위험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급격한 정책 변경 등으로 시중 자금의 흐름을 경색시키지 않는 신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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