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연이은 대규모 신약 기술 수출 발표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주에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인 5조원대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고 해서 탄성을 자아내게 하더니 나흘 만인 어제 또 글로벌 제약업체 얀센에 약 1조원 규모의 비만ㆍ당뇨 신약 관련 기술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과 7월 항암제와 폐암치료제 기술을 수출한 것까지 포함하면 올해 4차례 빅딜에서 따낸 계약금액만 7조4000억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이 전하는 낭보는 한 기업의 경사를 넘어 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삼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상당한 자신감을 불어넣는 희소식이다. 아직도 세계수준과 꽤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우리 제약사들도 세계시장에 통하는 신약(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또한 제약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위력을 새삼 확인시켰다.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활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건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이치를 되새기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쾌거에 대해 '잭팟'이니 '대박'이니 하는데, 이는 마치 행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옳지 않은 표현이다. 한미약품의 잇단 결실은 무엇보다 지난 10여년간의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보상을 받은 것이다. 특히 2010년 창사 이래 첫 적자에 회사 내외부에서 R&D 투자를 줄여야 한다고 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비용감축 등을 내세워 연구인력을 대거 현업에 배치하는 일부 대기업들이 곱씹어 봐야 할 점이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R&D에서 치밀한 전략의 중요성이다. 신약을 만들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비용이 천문학적이고 실패할 확률도 높은 상황에서 한미약품의 R&D 투자는 자신에 맞는 최적의 전략을 찾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즉 신약개발이 아니라 기존의 약의 효능을 크게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약이나 물질의 약효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원천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집중함으로써 신약개발 못잖은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한미약품이 이 같은 기반 기술을 확보하게 된 데에는 미답(未踏)의 영역에 과감히 도전하는 개척정신도 있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국내 첫 개량신약 등 '국내 제약사 최초'라는 기록을 여럿 썼다고 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겪은 성공과 시행착오의 경험들이 회사의 역량으로 축적된 것이다. 연구와 혁신과 도전이 새로운 문을 여는 열쇠가 되는 건 비단 제약업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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