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1 위 면세점 시장…호텔롯데와 호텔신라, 글로벌 3 위, 7 위 업체
국내 면세 사업자의 해외진출 활발
업체간 M&A 활발히 진행,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오는 14일께 예정된 시내면세점 특허 만료에 따른 사업권 획득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SK, 롯데, 두산, 신세계 등 대기업 오너들이 배수진을 치며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사재까지 쏟아부었다.
결과에 따라 회사의 중장기 성장동력은 물론 그룹 경영을 이어받을 후계자로서 사업수완을 검증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뛰어드는 이유는 면세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한국 면세시장은 1위다. 2012년부터 영국과 중국을 제치고 규모 면에서 글로벌 1위 면세 시장 국가로 등극했다. 하지만 늦은 해외진출로 글로벌 플레이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시내면세점에서도 세계무대에서 한국 면세시장을 대표할 플레이어를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면세점협회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면세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0%에서 2014년 12%(국내시장 규모 8조3000억원)으로 높아졌다. 국내 면세점은 1962년 김포공항에 첫 등장한 이래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해외 여행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관광 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다.
영국의 글로벌 관광 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면세 사업자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2014년 기준 세계 3위, 7위 업체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천공항을 필두로 한 공항 면세점, 외국인 여행객 증가로 시내 상권이 활성화됨에 따른 시내 면세점 매출 확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인터넷 면세점 성장세 등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면세 시장 1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한국에 국한된 성장을 해오다2012년부터 해외 진출이 본격화됐다. 국내 1위 업체인 호텔롯데는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공항 면세점 진출로 포문을 열었고 연이어 싱가포르 창이공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내, 미국 괌 공항, 일본 간사이공항에 면세점을 열었다.
호텔신라는 2010년 인천국제공항에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 공항면세점을 유치했고 2013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첫 매장을 오픈해 2014년에는 창이공항의 화장품ㆍ향수 사업권을 따내 시장 저변을 넓혔다. 최 연구원은 "향후에도 국내 면세점 업체들은 개선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상품 소싱 경쟁력 제고, 새로운 수익원 발굴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국가 간 이동 증가는 글로벌 면세 시장 성장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글로벌 면세 시장의 성장으로 대형화된 상위 업체들의 입지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업체들은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위스의 면세점 사업자인 '듀프리(Dufry)'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뉘앙스(Nuance)와 2015년 월드듀티프리(World Duty Free)를 인수하면서 DFS를 제치고 글로벌 1위 사업자로 등극했다.
글로벌 4위 사업자인 프랑스 업체 'LS트래블리테일'도 지난 8월 북미 지역 면세점 운영사인 파라다이스를 인수했다. 규모가 큰 사업자일수록 유명 명품 브랜드와 가격 협상에서 유리해 몸집 불리기를 통해 대형화된 면세점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추세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호텔신라는 지분 매입을 통해 미국 기내 면세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롯데그룹은 무산되기는 했으나 월드듀티프리 인수를 추진했었다.
최 연구원은 "면세점 사업은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향후에도 업체간 인수 합병 등 시장 통합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텔신라는 2015년 3월 미국 중견 면세기업인 디패스(DFASS)의 지분을 인수했다. 지분44%를 1.05억달러(약 1176억원)에 인수했으며 5년 뒤 지분 36%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해 향후 경영 성과에 따라 완전 인수가 가능하다. 디패스는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세계 30개 항공사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세계 각국의 면세점에 주류, 화장품등을 공급하는 도매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디패스의 작년 매출액은 5.2억달러(약 5770억원)였다. 호텔신라는 지분 인수를 통한 전략적 제휴로 면세품 취급 물량 증가로 가격협상력 제고를 통한 원가율 절감, 미국 등 신규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 글로벌 시장 내 인지도 상승 등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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