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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환율인데 왜?…삼성전자는 웃고, 현대차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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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친 주요 변수는 환율이었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현대자동차는 환율 때문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반면 기아자동차는 판매 부진을 환율 효과로 상쇄했다. 삼성전자는 환율효과에 웃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5039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1조5957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니까 현대차가 환율 효과를 보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 같은데 유로화, 엔화, 루블화(러시아), 헤알화(브라질) 등 달러 이외 통화 가치 약세는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 입장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호재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쏘나타 가격이 2만 달러라고 가정할 때, 환율이 1달러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상승하면(원화 가치는 하락) 원화로 환산되는 매출액은 2000만 원에서 2200만 원으로 올라간다.


환율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이다. 이는 고객들에게 가격을 할인해 주고, 현지 딜러들에게 인센티브를 더 줄 수 있게 돼 차량 판매가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원화 뿐만 아니라 엔화와 유로화의 가치도 동반 하락했다는 것이다. 현대차에 환율 효과가 생긴 것처럼 독일, 일본 자동차 회사 역시 환율 효과를 누렸다는 의미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엔화 하락을 활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활용해 미국 판촉을 강화했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대응해서 인센티브를 늘렸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완성차 공장을 운영 중인 러시아(루블화)와 브라질(헤알화) 등 신흥시장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인 것도 환율 효과를 상쇄시킨 요인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루블화 가치는 1월 이후 50% 정도 폭락했고, 헤알화 가치 역시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9월 기준 헤알화 가치는 최근 12개월간 72%가 하락했다.


신흥 통화의 약세는 현대차 실적에 이중으로 부담을 준다. 우선 부품 수입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현지 법인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다. 현지 법인의 매출을 본사 매출로 연결시키는 과정에서도 쪼그라드는 효과가 생긴다. 브라질 현지 법인의 분기 매출이 10억 헤알이라고 가정할 때 1헤알에 400원인 환율이 300원으로 떨어지면(헤알화 가치 하락) 본사에 잡히는 매출액은 4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기아차는 해외 생산 시설이 미국(30만 대) 외에는 중국(74만 대)과 슬로바키아(30만) 밖에 없다. 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동풍열달기아차는 50대 50 합작 법인이어서 기아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슬로바키아 법인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를 상쇄할 만한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3분기에 바닥을 확인하고 분기 매출 50조원을 회복한데는 원·달러 환율 강세로 인한 효과가 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부품사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소비자가전의 경우 특성상 현지 통화 결제가 이뤄지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달러로 거래한다. 대만 현물 거래 시장(중개 시장)에서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달러로 거래된다.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중국(시안), 미국(오스틴)에 각각 1개씩 생산라인을 두고 있지만 삼성전자 반도체의 약 90%는 화성과 기흥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해외 공장 비중이 높은 현대차와 환율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반도체 제품들의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환율효과에 힘입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황진영·명진규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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