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이산가족 상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000년 8월 광복절에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처음 시작한 이래 이번 상봉은 꼭 스무 번째로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설 상봉 이후 두 번째다.
그간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의 부침과 정권 성향에 따라 궤를 같이했다. 첫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한 김대중 정부에서는 시작 2년여 만에 총 다섯 차례의 상봉 행사가 성사됐으며 2차에 걸친 이산가족 생사ㆍ주소 확인과 한 차례의 서신 교환이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이산가족 상봉이 총 11회 진행되면서 본격화했다. 특히 매년 2~3회씩 상봉이 성사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는 듯 했다. 이산가족들은 이 시기에 별도로 일곱 차례의 화상 상봉을 통해서도 북측에 두고 온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단 두 차례에 그쳤으며 박근혜정부에서는 지난해 2월 설을 계기로 열린 게 고작이다.
지금까지 19차례 열린 이산가족 상봉을 숫자로만 따지자면 이른바 진보정권에서는 16회의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됐고 보수정권에서는 3회에 그쳤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을 방해하는 천안함 폭침사건 등 북한의 도발을 포함해 여러 정치ㆍ군사적 변수가 작용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함이 옳다. 무엇보다 실향민 1세대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더욱 절박하게 한다. 관련 통계는 이를 실증한다.
'남북 이산가족 생사 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은 이산가족을 이산의 사유와 경위를 불문하고 현재 군사분계선 이남과 이북지역으로 흩어져 있는 8촌 이내의 친인척 및 배우자 또는 배우자였던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전쟁 피난민과 함께 국군포로, 납북자 및 월북자, 억류자, 탈북민 등이 모두 이산가족이다.
따라서 이 정의를 적용하면 이산가족의 규모는 최대 71만60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통일부 이산가족 통합정보시스템에 신청을 한 사람은 약 13만명이며 이 중 생존자는 현재 약 6만60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중 70세 이상이 전체의 82%에 달하고 80세 이상이 54%를 차지하고 있다. 쏜살같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많은 이산가족들이 늙고 유명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한중일 3국의 세계유산 등재 경쟁의 논란을 떠나 이 기록물은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역사에 새길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오는 20일부터 남북 각 100명 규모로 계획됐던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직계가족의 사망과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당초 계획에 못 미치는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규모로 진행된다면 고령자와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향후 이산가족 상봉 규모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가 시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남북 모두 조건없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남측은 정권의 성향과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고 북측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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