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어제 타결됐다. 2010년 3월 미국이 TPP에 참여해 논의를 본격화한 지 5년7개월 만이다. 미국, 일본을 비롯해 참여한 12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전 세계의 40%에 달하는 이 '메가 자유무역협정'에 한국은 일단 빠졌다. 참여의 득실을 나름 고려한 결정이었겠지만 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무역의 질서를 바꿀 수도 있는 거대 경제동맹의 구축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타결 직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국익의 극대화'가 한국이 TPP에 반드시 합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 흐름에서 한발 뒤처지게 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TPP 참여 12개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뺀 10개국과 이미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상태다. 기존의 이 FTA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TPP 논의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보였느냐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TPP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던 2013년 초 우리 정부는 부처 간 이견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해 말이 가까워서야 뒤늦게 관심을 표명하며 협의에 뛰어들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향후 TPP에 참여하더라도 창립국 지위를 얻지 못해 의결권 행사 등 TPP를 우리에게 보다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잃게 됐다. 후발국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가입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소극적인 태도는 올 초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여부를 놓고 미국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었을 때도 나타난 바 있다. 세계 7위권의 교역대국답게 국제 무역질서 논의 과정에서 좀 더 주체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TPP가 실제 발효되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이번 협상을 주도해 온 미국부터가 내년 대선 등의 변수로 인해 의회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차기 행정부로 TPP 처리가 넘어가고 발효 시기도 2017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간을 그만큼 번 것이랄 수 있는 만큼 TPP 가입 여부를 비롯한 대응 전략을 면밀하게 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날로 격화되는 세계 통상전쟁에서 정부는 경제규모에 맞는 주도적인 역할을 찾으려는 자세부터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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