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어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여부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리콜 명령을 받은 폭스바겐 5개 모델 중 국내 공식 수입된 4개 차종을 대상으로 검사를 벌여 이르면 다음 달 중에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고 한다. 또한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들의 경유차들로까지 검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져서 결과가 주목된다. 철저히 검사해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해소해 주는 것은 물론 차량 검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및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환경부는 이번 검사 결과 배출가스 조작이 의심되면 전량 리콜이나 인증 취소 및 재검사, 과징금 등을 부과할 예정이다. "폭스바겐 측의 시정 계획을 기다리기보다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처럼 신속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국내 모든 디젤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검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면밀히 점검해 혹여나 '폭스바겐 쇼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장 검사를 제대로 하는 게 시급하지만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현재 자동차 관련 법규상 경유차에 대한 검사가 미비하다. 경유차는 신차를 개발할 때 환경기준을 통과하기만 하면 그 후로는 매연만 측정할 뿐 검사를 받지 않는다. 휘발유 자동차는 주행 중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를 받는 것과 대비된다. 총 100여종의 경유차량이 판매되고 있고 최근 들어 경유차가 전체 차량 판매의 절반을 넘는 걸 감안하면 경유차에 대해서도 유해물질 배출 검사를 법제화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자동차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배출가스 조작이 폭로된 경위를 놓고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음모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업체마다 경쟁사의 허점을 샅샅이 찾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폭스바겐 사태에 이어 BMW와 벤츠의 일부 모델에 대해서도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하는 배기가스 배출, 연비 과장 등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견제와 감시를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자극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이번 폭스바겐 사태의 한 원인에는 환경기준을 지키는 것이 소비자의 이익과 상충하는 면이 있었다는 것을 정부는 잘 살펴야 한다. 폭스바겐의 문제 차종에 대한 리콜이 가능해져도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제거해 자신의 차량의 연비를 떨어뜨리는 걸 감수할지 의문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듯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가 그만큼 요청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