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박명훈 칼럼]고속도로 휴게소 추로스 가게의 청년들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박명훈 칼럼]고속도로 휴게소 추로스 가게의 청년들 박명훈 주필
AD

입맛은 쉽게 길들여 지지 않는다. 식성은 한 사람이 걸어온 과거와 추억의 퇴적이다. 그 끝자락이 대개 '엄마의 밥상'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를 때 나는 습관처럼 호두과자 매장을 찾는다. 호두과자에서는 오래 전 열차여행의 추억과 '천안명물'을 외치던 열차 안 홍익회 판매원의 목소리가 묻어난다.


비슷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때문일까. 휴게소 호두과자 가게는 늘 손님으로 붐빈다. 갓 구워낸 호두과자를 한 입 물었을 때 입안으로 번지는 팥소의 달콤함, 탁 하고 씹히는 호두의 감촉. 미각으로 전해지는 소소한 행복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렇게 호두과자 마니아라 자부하는 내가 얼마 전 호두과자를 외면하는 일을 저질렀다. 추석 귀경 길 휴게소에 들어설 때만 해도 목표는 분명했다. 한 봉지 호두과자. 사단은 인파로 붐비는 휴게소 통로를 걸어가다가 눈에 띈 간이점포의 간판에서 비롯됐다. 처음 보는 추로스 가게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청년창업매장'.


청년창업이란 단어가 가슴을 쿵하고 때렸다. 발길이 저절로 멈췄다. 체감실업률 20%를 웃도는 이 땅의 청년들이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진출했구나. 매장에서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젊은이 둘이서 추로스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장사는 잘될까. 졸업은 했을까. 초콜릿 토핑으로 추로스를 주문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한동안 지켜봤다.

손님이 없지는 않았으나 썩 잘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호두과자, 회오리감자, 반건조 오징어구이에서 냉커피까지 낯익은 경쟁자들은 훨씬 우월한 자리에서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추로스의 상품력은 약해 보였고 젊은이들은 여리고 수줍었다. 장사를 하려면 얼굴이 더 두꺼워야 할 텐데, 임대료나 제대로 내고 있을까, 공연한 걱정이 앞섰다.


개인적으로 추로스엔 스페인 여행길의 추억이 담겨 있다. 마드리드의 유명한 초코테리아 '산 히네스(San Gines)'를 찾았을 때 입구에는 '1894'라 새겨진 간판이 가게의 오랜 연륜을 과시하고 있었다. 스페인 전통식품인 추로스를 커피 잔에 담긴 초콜릿에 듬뿍 찍어 먹으며 허기를 달래던 그 때의 여정이 떠올랐다. 내가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대신 추로스를 택한 것은 청년창업매장이라는 특별한 유인에 '스페인의 추억'이 더해진 결과다. 누구나 그런 느낌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터이다. 입맛은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법. 추로스의 맛에 익숙해져서 매점을 찾는 손님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알고 보니 고속도로 휴게소 청년창업매장은 한국도로공사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도입한 회심의 작품이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청년창업 창조경제 휴게소' 계획을 세워 지난해 7월 이후 전국 9곳 휴게소에 29개 매장의 문을 열었다. 도로공사는 창업자들에게 임대료 감면과 인테리어, 컨설팅, 홍보 등을 지원했다. 총 임대료 감면액만도 3억1500만원에 달했다. 청년창업매장은 정부의 2014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호평을 받아 도로공사가 우수등급(A)을 따내는 데 공신이 됐다. 그러나 청년매장의 운영 결과는 초라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17개 매장이 벌써 폐업했다. 국회에서는 미숙한 사업에 예산만 낭비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청년창업 휴게소 사업의 사실상 실패는 시혜성, 이벤트성 청년사업의 한계를 드러낸 상징적 사례다. 파격적인 특혜로 '쉬운 장사'를 권하면서 '창의적 젊은이의 성공' 운운하는 것부터 자가당착이다.


난무하는 청년 일자리 사업의 대부분은 허울 좋은 빈 수레다. 지난해 448억원을 지원한 정부의 청년해외취업 사업만 해도 실제 취업성공은 1100명에 불과했다. 1인당 4000만원의 세금을 쏟아 부은 꼴이다. 이 같은 취업 사업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다른 한편에서는 '현대판 음서제'니 '고용세습'이니 하는 특채비리가 드러나 청년들을 절망케 한다.


진정 청년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고 제대로 훈련시켜야 한다. 잠시 달콤한 사탕으로 달래려 할 게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번지고 있는 청년희망펀드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1713:49
    서울 정비사업 77조에 AI발 원전까지…부실 털어낸 건설사, '쌍끌이 반등' 오나
    서울 정비사업 77조에 AI발 원전까지…부실 털어낸 건설사, '쌍끌이 반등' 오나

    건설업계가 3년간의 부실 정리를 마무리하고 반등 채비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정비사업 장이 열렸고,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폭증에 따른 원전 수주 소식이 잇따르는 추세다. 안정적인 내수 수익 기반에 글로벌 성장 동력이 맞물리면서 건설업 체질 개선과 가치 재평가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 사야 할

  • 26.02.1711:50
    법은 '금지' 세칙은 '허용'…은행 '셀프 감정' 53년째 예외
    법은 '금지' 세칙은 '허용'…은행 '셀프 감정' 53년째 예외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 자체 감정평가를 둘러싼 감정평가업계와 은행권의 갈등 법적 대응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은행 자체평가를 위법으로 판단했고,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같은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도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은행권은 자체평가 중단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협의 교착…특정 은행 물량은 3배 급증 17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금

  • 26.02.1414:44
    좁을수록 인기?…수도권에선 중형 면적보다 소형 청약 '러시'
    좁을수록 인기?…수도권에선 중형 면적보다 소형 청약 '러시'

    분양가 상승 흐름으로 인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소형 면적이 중형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엔 소형 청약자 수가 처음으로 중형을 앞서기도 했다. 1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자 총 48만5271명 중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아파트에 21만8047명이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전용 60∼85㎡의 중형 아파트에 21만7322명, 전용 85㎡를 초과하는 대형 아파트에 4만9902명이 접수했다. 한국부동

  • 26.02.1311:00
    정부 발표 2시간 만에 한 단지서 신규매물 3건…갭투자 일시 허용에도 '관망'
    정부 발표 2시간 만에 한 단지서 신규매물 3건…갭투자 일시 허용에도 '관망'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재시행하기로 최종 발표한 이후 시장에선 매물을 내놓겠다는 다주택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 무주택자가 세입자 있는 다주택자 집을 사게 되면 전월세 계약 종료 때까지 '일시적 갭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매수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앞으로 매물이 더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관망하는 것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값 증가율은 2주 연속

  • 26.02.1310:20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못 사요" 사람들 몰리더니 '잠실 르엘' 보류지 완판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못 사요" 사람들 몰리더니 '잠실 르엘' 보류지 완판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이 내놓은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보류지 10가구가 유찰 없이 첫 입찰에서 전량 낙찰됐다. 감정평가금액보다 5%가량 높은 기준가를 책정했음에도 40여명이 입찰에 참여해 평균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3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조합은 최고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용면적 59㎡B 3가구와 74㎡B 7가구를 매각했다. 입찰 기준가는 59㎡가 29억800만~29억9200만원, 74㎡가 33억1800만~35억3300만원

  • 26.02.0307:05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4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3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2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1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511:23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박원석 전 국회의원(2월4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박원석 전 의원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원석 : 네, 안녕하십니까. 소종섭 : 오늘 장

  • 26.02.0314:25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2월 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정치, 지난주 토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9개를 올렸습니다.

  • 26.01.2907:47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군멍군'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올 8월 전당대회를 향한 움직임이다. '8월 전대'는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를 넘어 여권의 권력 지형을 가르는 의미가 있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의 정치적 힘은 지금보다 더 커진다. 여권 내 위상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하다. 2028년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쥐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표가 된다면

  • 26.01.2811:24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긴장감이 높아가는 흐름이다. '명청대전'이라는 말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최고위원회에서 직접 언쟁을 주고받았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세력 격돌이 서서히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그 한가운데 있다. 최근 이 수석최고위원과 두 차례 인터뷰했다. 지난 21일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해 1시간 인터뷰했고, 27일엔 전화

  • 26.01.2611:31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2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님과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두 분 모시고 최근 여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