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일 이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울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로켓 발사를 위해서는 로켓의 이동과 연료 주입 등 7∼10일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당 창건 70돌 기념일인 10일 이전 발사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기구에도 아직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군 관계자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려면 10일전부터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으로 로켓 동체를 특수열차에 싣고 옮기고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등 움직임이 포착되야 하지만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때는 공해상을 지나는 민간 선박과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예상 궤적과 탄착점 등에 대한 정보를 두 기구에 사전 통보한다. 북한은 지난 2012년 4월 외신기자들을 불러모아 놓고 은하 3호 로켓을 공개했으나 발사에 실패해 체면을 구긴 뒤 8개월 뒤 재발사에 나선 바 있다.
로켓 발사 날짜를 저울질하는 것이 국제 여론 동향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중국이 예상 밖으로 로켓 발사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 데 대해 부담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미중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면서 북한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다고 북한이 로켓 발사를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이 최근 들어 로켓 발사의 당위성을 여러 차례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북한은 앞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오늘의 세계에서 평화적 우주개발은 그 어느 특정국가의 독점물이 아니라 국제법적으로 공인된 주권국가들의 합법적 권리"라면서 "우리의 위성발사도 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언제 로켓 발사를 감행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늦어도 올해 안에는 하지 않겠느냐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크게 이견이 없다.
군이 동창리지역을 집중 감시하는 것은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한다면 이 지역이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중국에 인접한 서북지역인 철산군 동창리에 발사장을 만든 것은 다목적 전략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건설된 기지 규모로 미뤄 인공위성 발사체까지 쏘아 올릴 수 있는 미사일 발사 기지를 확보함으로써 미국에 대해 미사일 무력시위뿐 아니라 핵탄두 운반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핵시설단지인 영변에서 동창리 기지까지의 거리가 70여km에 불과하기 때문에 핵탄두를 운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북한의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이 성공적으로 비행한다면 미국 서부 해안까지 1240초면 도달할 것으로 당국은 계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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