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미가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의 실전 배치 여부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미측은 KN-08이 실전 배치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반면 우리 군 당국은 실전 배치됐다는 근거를 아직 찾을 수 없다는 이장이다.
고트니 사령관은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 수준에 대한 질문에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과정에 대해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을 배치했고 핵무기를 이 미사일의 탄두에 장착할 정도로 소형화한 것으로 평가한 것으로 미군 고위 당국자가 KN-08이 실전 배치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런 언급은 최근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뿐 아니라 정보당국 및 군 고위층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잇따라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달 25일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분과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KN-08의 배치 수순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또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연구원과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지난달 20일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게재한 글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했다고 믿는다"는 의견을 냈다.
KN-08 미사일이 3단 추진체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항공우주분야 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의 존 실링 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38노스'에 발표한 새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KN-08 추진체 1단은 스커드 탄도미사일에 쓰인 엔진 4개로 구성돼 있고, 2단 추진체의 동력은 구소련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R-27에 쓰인 엔진 1개가 맡는다. 또 3단 추진체의 엔진으로는 R-27 미사일의 궤도수정용 보조엔진 2대가 쓰였을 수 있다. 보고서가 추정한 KN-08 미사일의 전체 길이는 약 17m, 가장 아랫부분의 지름은 1.9m였다.
북한이 2012년과 2013년에 실시한 열병식에서 각각 KN-08을 선보이면서 군사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 발사 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최대 사거리나 탑재 능력 등에 대해서는 추정만 이뤄져 왔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은 KN-08이 실전 배치됐다는 근거는 없으며 개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사일방어체계(MD)를 부르짖는 미측의 대표적인 인사인 카터 장관의 한국과 일본 순방에 맞춰 미측이 'MD체계'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ICBM과 핵무기 소형화 위협을 최대한 부각한 뒤 미국 내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론을 형성하고 한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국방비 감축으로 곤경에 처한 미국 국방당국이 북한 위협을 빌미로 의회로부터 MD체계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한국을 방문한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도 최윤희 합참의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통합 대공ㆍ미사일 방어체계'(IAMD)와 관련한 논의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뎀프시 의장이 언급한 IAMD는 항공기와 미사일 위협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체계로 MD체계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측이 이번 카터 장관의 방한 때 미국의 MD체계 일환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공식 배치하겠다는 의향을 표시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한 정보의 외부 유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미국 국방당국이 최근 언론 등을 통해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개발 사실을 흘리고 있고,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런 동향은 의회의 국방비 삭감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KN-08은 2012년 4월 김일성 100회 생일을 기념한 군사 퍼레이드에서 실체가 처음 공개됐다. 한미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여덟 번째 식별된 미상의 새로운 미사일이라고 해서 'KN-08'로 명명했다.
KN-08의 사거리에 대해서도 짧게는 6000㎞, 길게는 1만2000㎞까지로 추정된다. 북한의 무기 운반 시스템 현황과 관련, 보고서는 현재 북한이 남한 전역과 일본을 타깃으로 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1000개, 소수의 경폭격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핵무기 개발 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앞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충분한 외부 지원을 받아 순조롭게 미사일 기술을 획득하는 최악의 경우 2020년까지 초기 작전수행능력을 갖춘 20∼30발의 KN-08 미사일과 100발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물론, 최대 사거리를 1만5000㎞까지 늘려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개량형 KN-08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북한은 2013년 7월 27일 6ㆍ25 정전 6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실시한 열병식(군사퍼레이드)에서 동체에 회색 페인트를 칠한 KN-08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6기의 KN-08이 공개됐으며 중국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탑재되어 운용된다. TEL은 첩보위성이나 레이더 탐지 사각지역에 숨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위협적인 무기체계로 부각되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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