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 국민공천, "전원이 대상"·"선거인단 구성" 다른 셈법

이통사 일회용 가상번호 제공 개인정보 노출 안되지만 '인기투표' 우려도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유권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일회용 전화번호로 여론조사 또는 경선을 실시해 국회의원 정당 후보자를 공천하는 방식이다.

안심번호는 유권자의 휴대전화 번호 대신 이동통신회사에서 무작위로 부여하는 일회용 가상번호다. 이미 택배업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개인정보 보호 차원으로 쓰이고 있다. 또 사용기간을 정할 수 있어 일정한 날짜가 지나면 해당 전화번호는 없어진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정당이 이통사로부터 안심번호를 전달받은 뒤 해당 지역 유권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 정당을 확인하고 다른 당 지지자는 배제한 상태에서 최종 여론조사 또는 경선을 실시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안심번호를 제공받을 때까지는 양당 모두 방식이 같지만 그 이후 각 당의 경선 방식은 다르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라는 취지를 살려 해당 지역 유권자 전체를 대상으로 경선을 치르자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안심번호로 전화를 걸어 선거인단에 참여하겠다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300~1000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해 최종 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식이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방식은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유선전화 여론조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조직 동원과 여론 조작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일회용 가상번호 사용으로 유권자의 신분 확인이 어려워 조직적으로 지지자를 동원하는 일명 '체육관 선거'의 폐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여론조사 공천은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이나 유명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인기투표'식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역선택'의 문제도 남아있다.

안심번호는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전화를 받는 사람 스스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밝히지 않으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특정 당 지지자가 의도적으로 상대당 경선에 참여해 약한 후보를 지지하는 투표를 막을 수 없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