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앞둔 박송희, 스승 박록주 탄생 110주년 기리며 제자 민혜성과 함께 전곡 불러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고전소설 '숙영낭자전'은 선군과 숙영낭자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다. 꿈속에서 숙영낭자를 만난 선군은 부모를 속이고 옥련동을 찾아 고대하던 사랑을 나눈다. 혼인까지 하지만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과거를 보러 간다. 그 사이 숙영낭자는 매월의 계략에 누명을 쓰고, 억울한 나머지 자살한다. 선군은 전국을 돌며 약을 구하고, 갸륵한 정성에 옥황상제는 은덕을 베풀어 숙영낭자를 소생시킨다.
소설은 박록주(1905년~1976년) 명창을 통해 판소리로 전해졌다. 후반부만 전승돼 단절 위기가 있었지만 제자인 박송희(88) 명창이 1995년 음악적 흐름에 맞춰 전반부의 이야기를 완성해 완창했다. 전남 화순 출신인 박 명창은 단가의 가락에 심취해 소리꾼이 됐다.
판소리에 대한 애정은 과거를 보러 상경하던 중 숙영낭자를 못 잊어 두 번이나 귀가한 선군 못지않다. 김소희(1917년~1995년) 명창에게 '춘향가'와 '심청가', 박봉술(1922년~1989년) 명창에게 '적벽가'와 '수궁가', 정권진(1927년~1986년) 명창에게 '심청가'를 배웠다. 박록주 명창에게서 '흥보가'까지 배워 당대 최고의 명창들로부터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섭렵했다. 현재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다.
박송희 명창은 아흔의 나이를 바라보는 최고령 판소리꾼이지만 후진 양성을 멈추지 않으며 동편제 소리의 맥을 이어간다. 끊임없는 노력 덕에 쩌렁쩌렁한 목소리도 잃지 않았다. 오는 24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제자 민혜성(44) 씨와 '숙영낭자전' 등을 부른다. 스승 박록주 명창의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공연이다.
무대에서 박송희 명창이 선보일 단가 '인생백년'은 스승이 생을 마감하기 전날 남긴 글에 소리를 얹어 만든 노래다. "인생 백년 꿈과 같네"라는 첫 소절부터 평생 스승의 길을 고스란히 밟아온 명창의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그 뒤를 잇는 민혜성 씨는 '숙영낭자전'의 전 바탕을 선보이며 스승의 열정을 잇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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