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련 법 개정안 추진...한국교통연구원, 정책토론회에서 대안 제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기자전거가 앞으로는 자전거의 범주에 들어가 자전거도로 통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이같은 내용의 자전거법 개정안에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은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교통약자의 보조 이동수단, 직장인의 출퇴근 수단으로 효용가치가 높은 전기자전거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연간 12~15%씩 늘어나 올해 4000만대의 시장이 형성되는 등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인정받지 못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4년 국내 전기 자전거 시장 규모는 1만3000여대(120억원대)로 세계 시장의 약 0.0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신 연구원은 전기자전거를 법적인 '자전거'로 인정해 보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이를 둘러 싼 여러 쟁점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신 연구원은 우선 전기자전거의 구동 방식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전기자전거는 사람이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돌아가 보조동력 역할만 하는 'PAS 방식'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오토바이처럼 핸들을 돌리거나 단추를 눌러 모터를 구동하는 '스로틀 방식'과 겸용하도록 할 경우 안전에 대한 국민 정서ㆍ입법 가능성ㆍ해외 사례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신 연구원의 지적이었다.
속도 및 무게에 대한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현재 전기자전거는 속도를 자율적으로 30km/h까지 제한하고 있으며 무게는 규정이 없다. 그러나 자전거 도로에 진입을 허용하려면 일반 자전거 속도를 감안해 25km/h 이하로 최고속도를 제한하고 무게도 30kg 이하로 규제해야 한다는 게 신 연구원의 주장이다.
출력 제한 및 급출발 방지 기능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전기자전거는 기술표준원 고시에 따라 최고속도 30km/h를 감안해 최대 출력 330W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최고속도를 25km/h로 제한을 강화하면 모터 출력은 250W로 낮춰도 된다. 또 일정 이상 속도 일 때만 동력이 작동하도록 하는 급출발 방지 기능 장착도 필요하다.
또 전기자전거는 시속 25km/h까지 달릴 수 있으므로 보도통행을 금지해야 하며, 자전거ㆍ보행자 겸용도로도 일반 자전거 및 보행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통행 금지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 단속도 필요하다. 현재 전기자전거는 물론 자전거도 음주 운전 금지 조항은 있으녀 처벌 규정이 없다. 그러나 해외에선 3년 이하의 징역 50만원 이하의 벌금(일본) 등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전거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신 연구원은 이와 함께 전기자전거 이용자에 대한 특별 안전 교육 실시, 안전모 착용 확대, 13세 미만 어린이 운전 금지, 보험 가입 등을 위한 등록 의무화, 사업용에 대한 책임 보험 가입 의무화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신 연구원의 제안은 정부의 관련 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전기자전거를 법적으로 자전거로 인정해 자전거도로에서 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자전거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규제완화를 통해 전기자전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서 김성렬 행자부 지방행정실장은 "전기자전거 이용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고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기자전거 도입 후 자전거 사고가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국민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단단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들은 자전거도로에 전기자전거 통행을 허용하면 사고 우려가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자전거도로 대부분이 보행자겸용도로로 주행여건이 열악하고 이용자의 안전의식도 낮은 상황에서 전기자전거까지 통행하면 다른 자전거 이용자나 보행자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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