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김보경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11일 정부의 독자적인 '노동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한 것은 더 이상 노동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과 노동계에 대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다만 향후 추진계획에 노동계가 반발해 온 2대 쟁점인 일반해고 기준과 취업규칙 완화 지침이 모두 포함되며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계의 반발로 당장 12일로 예정된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파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내년 정년연장 제도 시행에 앞서 임금체계 등 주요 현안을 정비할 마지막 시기를 이번 정기국회로 바라보고 있다. 대타협을 주도하는 노사정위원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정이 9월10일을 대타협 시한으로 수차례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정부가 제시한 협상시한인 10일을 넘겨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선 입법과정을 시작한 후 입법을 개시하는 시점 전까지 (노사정이) 합의를 해주면 정부 입법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5대 입법과제는 기간제 근로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 가이드라인(기간제법 및 파견근로자 보호법), 통상임금(근로기준법), 근로시간 단축(근로기준법), 실업급여 확대(고용보험법), 출퇴근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산재보험법) 등이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을 제외한 4개 부문은 연초 대타협 논의과정에서 공감대를 이룬 내용을 기반으로 이미 입법 준비를 끝냈다.
5대 입법과제 외에 일반해고 기준과 취업규칙 완화 등 2대 쟁점은 지침 형식으로 마련된다. 최 부총리는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정해고와 관련한 내용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는 14일 당정협의를 시작으로 노동개혁 입법을 위한 절차를 가속화한다. 새누리당은 오는 16일 열리는 의원총회를 통해 5대 입법과제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노동개혁을 실천하기 위해 예산도 필요하고 법령도 개정돼야 한다"며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정이 노동개혁을 위한 조치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논의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독자적인 개혁방침을 공식발표한 것은 사실상의 대타협 표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노정갈등이 폭발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동계가 반발하며 12일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며 "대화와 설득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노사정이 이번 논의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부분은 일반해고 기준과 취업규칙 완화 등 2대 쟁점이다. 이는 지난 4월 대타협이 결렬된 요인이기도 했다. 결국 지난 4월 논의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셈이다.
그간 2대 쟁점을 중장기과제로 돌리고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단기적과제에 대해 먼저 대타협을 이루는 '절반의 타협'이 현실적 방안으로 평가돼 왔으나 이마저도 시한 내 실패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한 대타협 시한이 노사를 설득하는 카드로 쓰이기보다 정부 스스로 쫓기는 꼴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정이 이미 10일을 시한으로 로드맵을 세운 상태에서 노동계를 압박하고, 경영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들러리를 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 역시 한차례 협상테이블을 깨고 나간데 이어 이번에도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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