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성폭행 시간당 4건씩 일어나…GPS 활용, 신변 위험시 즉각 호출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만연한 성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도에서 사설 경비업체 호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각광 받고 있다.
2012년 12월 한 여대생이 인도 뉴델리의 시내버스에서 집단 성폭행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후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2013년 인도 곳곳에서 강간 3만3700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수치스러워 신고하지 않은 사건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에서는 시간당 평균 네 명이 성폭행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에는 미국의 911 같은 통일된 비상 신고 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인구 대비 경찰 병력은 세계에서 가장 적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카르나타카 주도(州都) 벵갈루루에 자리잡은 시장조사업체 오붐의 네하 다리아 정보통신(IT) 애널리스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슬픈 일이지만 지난 수년 사이 폭력범죄가 급증해 IT 기반 경비 서비스의 인도 시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며 "성공 여부는 경비업체 직원이 얼마나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해 고객을 안전하게 보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영업 중인 IT 기반 경비 서비스 업체 4개 가운데 하나인 원터치리스폰스가 출범한 것은 2년 전이다. 원터치리스폰스는 수도 뉴델리에서만 고객 1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월정 서비스 요금은 250루피(약 4530원)다.
2013년 인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700만이 사는 뉴델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발생한 범죄가 인도 평균의 3배다.
펀자브주(州) 의원 출신으로 보안설비 제조업체 디프시스도 갖고 있는 원터치리스폰스의 아르빈드 칸나 창업자는 "경찰 병력에 한계가 있서 개인 신변보호라는 틈새시장을 파고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의 경찰 병력은 인구 1000명당 1.3명꼴이다. 세계 중간 값은 1000명당 3명이다. 그러나 순다리 난다 델리 지역 경찰국장은 "치안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자평했다. 그는 일례로 지난 1월 선보인 앱 '힘맛'을 꼽았다.
힘맛이란 힌디어로 '용기'라는 뜻이다. 힘맛은 위치정보 및 영상을 델리 경찰국 통제실로 전송한다. 난다 국장은 "지금까지 시민 5만명이 힘맛을 내려 받았다"며 "조만간 사용자의 위치를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는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인 신변보호는 현지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여행 정보 웹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뉴델리 등 인도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조심해야 한다. 뉴델리 주재 미 대사관은 자국민,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에게 인도를 홀로 여행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성희롱이 물리적 폭력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각국 공공 부문이 얼마나 썩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14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인도는 조사대상 175개국 가운데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ㆍ잠비아와 함께 공동 85위다.
민간 기업들은 개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위치확인 기술에 의존해왔다.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업체 스타인디아가 개발해 2013년 선보인 스마트폰 앱 '비스유'는 이용자에게 긴급 상황이 생길 경우 미리 지정해놓은 번호로 경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세이프티핀이라는 앱은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으로 이용자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악한다. 자르비스 랩스는 웨어러블 비상 버튼으로 미리 지정해놓은 상대에게 이용자의 위치를 알려준다.
민간 업체가 경비 인력을 확보하는 데 많은 돈이 든다. 이에 칸나 창업자는 내년까지 사업 영역을 5개 도시로 더 확대하기 위해 500만달러(약 59억7000만원)나 투자 받을 계획이다. 원터치리스폰스는 올해 말까지 델리 지역 이용자를 현재의 배 이상인 2만5000명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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