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출산뒤 조기복귀 발표에 "다른 여성에 압박" 논란 확산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작년에 500억원을 벌어들여 미국 여성 '연봉퀸'에 오른 머리사 메이어(40)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연말 쌍둥이를 출산하고 바로 복귀하겠다고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후가 대대적인 전환기에 있기 때문에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다는 게 메이어의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일하는 엄마들에 대한 기대치를 불공정하게 높이고,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이유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연말 일란성 딸 쌍둥이의 출산을 앞둔 메이어는 16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쓰지 않고, 3년 전 아들을 출산했을 때처럼 짧은 휴식 후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는 2012년 7월 구글 부사장에서 야후 CEO로 변신했을 당시 임신 중에도 계속 일했으며 CEO 부임 3개월 뒤 아들을 낳고 2주 만에 복귀했다. 야후는 출산 후 16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지만 메이어는 이번 출산 이후에도 조기 복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들 출산 후 복귀 당시 메이어는 사비로 야후 옆 건물에 아기방을 마련해 아기를 데려다 놓고 보모를 감시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2013년 2월엔 직원들의 재택근무제를 전면 폐지, 일하는 부모의 삶을 힘들게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안 윌리엄스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대학 '일과 여가' 관련법센터 소장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이같이 모순된 출산휴가 정책은 전형적"이라며 "직원들에게 만약 진짜 헌신적이라면 항상 직장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여성들에게 50인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 12주간의 무급 출산휴가만을 허용(캘리포니아주ㆍ로드아일랜드주ㆍ뉴저지주 제외)하는데 출산한 미 여성 4명 중 1명은 출산 2주만에 직장으로 복귀한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어가 자신이 도입한 출산휴가를 쓰지 않고 조기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다른 여성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지적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정보기술(IT)과 금융업계 위주로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직원들을 위한 출산휴가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주문형 인터넷 스트리밍 미디어 업체 넷플릭스가 최근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년으로 늘렸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출산한 여직원은 물론 아기 아빠가 된 남성 직원에게도 12주의 유급 휴가를 주기로 결정했다. 페이스북은 아기를 낳은 남녀 직원 모두에게 4개월 유급 휴가와 출산 보너스 4000달러도 준다. 딸 출산을 앞둔 페이스북 창립자 겸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유급 출산휴가를 모두 쓸지 여부에도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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