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해 보기 힘들고 흐린 날 많아
[북극해=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리나라 쇄빙선 아라온(ARAON) 호가 북극에서 현재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1항차 연구가 8월22일 끝났다. 8월 23일부터 2항차 연구를 위해 다시 아라온 호는 알래스카 배로(Barrow)에서 출항했다. 2항차 연구는 오는 9월11일까지 이어진다. 아시아경제는 2항차 연구에 함께 탑승해 북극 탐험의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기후변화뿐 아니라 북극 탐험의 역사와 극지연구의 중요성 등 다양한 이야기와 현장의 모습을 담아 [북극을 읽다] 기획시리즈로 전한다.
<#10_LINE#>
북극의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며칠 째 밤에 잠을 청하기 힘든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일까. 함께 탄 몇몇 연구원들도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밤에 멀뚱멀뚱 깨어 있다가 오전 7시, 아침을 먹고 난 이후 졸음이 쏟아진다. 생체리듬의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지난 8월23일 알래스카 배로(Barrow)에 도착할 때부터 생체리듬은 이미 깨졌다. 북극 현지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17시간이 늦기 때문에 우선 시차 적응이 힘들었다. 북극해로 항해를 시작했을 때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낮같은 밤과 해를 볼 수 없는 '우울한 날'이 찾아왔다.
북극은 극한 환경이다. 추운 날씨와 낮은 일사량 등으로 생명체가 살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망망대해를 운항하면서 간간이 보이는 생명체는 이름 모를 새와 우연찮게 만난 북극곰이었다. 3초 정도 앞을 '휙~' 빠르게 지나간 바다코끼리도 있었다. 북극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직 볼 수 없었다. 육지의 다양한 생명체와 달리 북극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낮은 일사량이 '북극의 잠 못 드는 밤'의 한 원인인 것은 아닌지 모두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햇빛을 보는 시간이 줄면 긍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 양이 줄어 우리 몸의 호르몬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우울증과 관계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극은 밤과 낮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바깥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밝은데 해는 보이지 않았다. 고위도 지역으로 올라갈수록 해를 보기가 더욱 힘들었다. 하루 종일 뿌옇게 내려앉은 안개가 온 바다를 자욱하게 드리웠다. 짙은 해무로 앞을 분간하기 힘든 날도 있었다. 여기에 날씨도 흐린 날이 많아 새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태양빛을 온 몸으로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쏟아지는 햇빛이 그리웠다.
24시간 눈에 보이는 것은 바다와 해빙(海氷), 아라온 호의 사람들뿐이었다. 끊임없이 바다는 울고 있었다. 때론 바람이 불어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졌다. '웅 웅' 바다가 울고 '윙 윙' 아라온 호의 엔진 소리만 적막한 공간을 깨웠다.
현지 시간으로 6일 새벽 12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6일 오후 5시. 아라온 호는 북위 73도46분, 서경 166도06분에 자리 잡고 있다. 약 77도 고위도까지 올라갔던 아라온 호는 점점 저위도로 내려가고 있다. 12일째 항해는 이어지고 있다. 아라온 호는 오는 9일 알래스카 놈(Nome)에 도착한다. 그동안 해빙은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반복했다. 육지에 발을 내딛기 전에는 북극의 '잠 못 드는 밤'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극해=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